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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카지노가 코로나19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 관광산업에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규제가 심한 카지노 산업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이제라도 적극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의 피해는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관광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산업 분야 중 하나다. 여행사는 물론 항공·호텔·MICE·공연관광 등 관련된 모든 분야가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여행 및 숙박 분야는 물론 항공·국내외여행업·크루즈 등도 90% 이상 매출이 줄었다. 국내 여행업계에서는 IMF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한탄이 나온다.
11일 국내 관광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관광 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광 분야의 기초 체력을 끌어올릴 새로운 먹을거리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려온 카지노는 그 대표적인 요소로 꼽힌다. 관광·레저시장 확대와 일자리 창출, 세수 증대 등 ‘1석 3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카지노의 본산인 마카오는 카지노 사업을 시작한 초반, 카지노 매출이 전체 관광·매출의 70%가량을 차지했다. 이후 다양한 콘텐츠와 고급 리조트 등을 연계하면서 카지노 매출 비중이 4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400년 넘게 유럽의 식민지였던 마카오가 이제는 세계 최대의 카지노 도시이자 한해 3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 성장한 것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도 마찬가지다. 19세기 중엽부터 모르몬교도들이 살던 이곳에 네바다주 정부가 직접 카지노를 개발했다. 이후 라스베이거스는 ‘불야성’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의 미국 최대 관광도시로 발전했다. 오늘날 이곳은 네바다주 예산의 가장 큰 몫을 담당하는 최대 재원이 되고 있다.
김학준 경희사이버대 관광레저학과 교수는 “카지노 육성이 국내에도 여러 문화 콘텐츠와의 시너지 효과를 촉발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면서 “마카오의 경우 매출의 40%를 세금으로 걷는 등 카지노의 국가 재정 기여도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제2의 마카오와 라스베이거스 도시를 자기 나라에 만들려는 국가들이 카지노 산업 육성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010년 싱가포르 샌즈·겐팅 카지노 리조트, 2012년 필리핀 마닐라 카지노 리조트가 각각 개장했다. 이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카지노 사업장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일본도 오는 2025년 개장을 목표로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IR)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 카지노 산업에서 경쟁에 뒤처진다면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크다. 카지노를 목적으로 한 국내외 관광객이 대거 일본으로 이탈할 수 있어서다. 세계적인 카지노 업체들이 일본진출을 노리는 만큼 규제가 강한 국내 카지노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충기 경희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호텔외식관광경영학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2024년 일본의 복합리조트가 개장할 경우 연간 760만 명이 이탈하고 2조7600억원이 일본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추정했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 제주도는 제주 드림타워리조트에 카지노를 허가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 그동안 제주 정치권과 지역사회에서 카지노 활성화 폐해에 대한 우려로 대형 카지노를 반대해왔지만, 최근 도의회에서 카지노 대형화를 막는 조례 개정안을 부결했다. 사실상 카지노 육성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더욱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등 국내 시장에 맞는 육성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일본의 복합리조트 카지노 개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차별화한 한국 카지노만의 콘텐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정부도 세계적 흐름에 맞춰 내·외국인 카지노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