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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특별지위 박탈될라...현지 진출 금융사 24곳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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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기자I 2020.06.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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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커지는 불안감
현실화 땐 자금조달비 증가 부담
시나리오별 대응안 검토로 분주
홍콩 대졸자 절반 "이민 고려 중"
현지인재 이탈 가속화 우려도 커

[이데일리 김인경 김윤지 이광수 기자] “아직 별일은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걱정이죠.”

홍콩에 진출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미·중 갈등 한가운데 홍콩이 끼며 국내 금융업체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세계 금융업체들이 모두 모여들던 홍콩의 ‘금융 허브’ 위상도 흔들리게 된다. 196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잇는 세계 최고 금융도시의 미래에 그림자가 드리우며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금융업계도 고민에 빠졌다.

홍콩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 흔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홍콩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은 정책은행 3곳과 시중은행 4곳, 증권사 9곳, 운용사 7곳, 재보험사 1곳 등 총 24곳이다.

낮은 법인세와 광둥어·영어·중국어가 모두 가능한 환경,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상장된 증시 등을 바탕으로 홍콩은 아시아의 금융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미국이 1992년 부여한 ‘특별지위’가 배경이다. 미국은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에 대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발급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했다. 이를 바탕으로 홍콩은 영국령 시절과 마찬가지로 해외 유수의 금융업체를 유치했다. 국내 기업들도 현지 법인과 지점을 두고 영업망을 구축해왔다. 그런데 중국과의 갈등이 불거지자 미국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홍콩에 금융허브의 핵심인 관세와 비자 면제 혜택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금융업체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동향을 보며 현지와 소통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별다른 변화도 없고 특별지위 박탈이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홍콩에서 50명의 직원을 두고 홍콩 내 IB 업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걱정스럽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두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지점과 홍콩IB센터에 각 21명과 28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신한은행 관계자도 “인근 싱가포르에도 지점이 있어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 해도 대응 가능하다”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 역시 “상대적으로 로컬 영업 비중이 적어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다”면서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직까진 별다른 이상징후 없다지만…

홍콩은 60년간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위상을 굳힌 만큼, 현재로선 환시장이나 채권시장에서는 별다른 이상징후는 없다. 하지만 미국 IB와 기업들의 이탈이 현실화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국 기업이나 정부의 채권 등을 영업해온 증권사들로선, 굵직굵직한 미국 금융업체들이 옮기면 따라 옮길 개연성이 크다.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은행들은 홍콩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채권 ‘딤섬본드’를 발행해 왔다. 홍콩이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홍콩 금융시장 금리가 튀며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또 홍콩에서 금융주선이나 투자 자문 등에 앞장서온 IB들도 먹거리를 잃게 된다.

실제로 한 금융사가 지난해 8월께 홍콩 송환법 시위 당시 싱가포르로 일부 인력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문이 교민사회에 퍼졌다. 해당 업체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일 뿐이라며 일축했지만, 중국이 홍콩의 반(反) 중국·민주화 세력을 탄압하며 충돌이 일어날 경우 홍콩 이탈이 가시화될 수 있다.

현재 충돌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홍콩 정부는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개최될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불허했다. 홍콩에서 톈안먼 추모집회가 열리지 않는 것은 1989년 이후 무려 30년 만에 처음이다. 명목은 ‘코로나19’지만, 홍콩 민주화 세력은 홍콩 정부의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비상시 직원들의 안전과 관련해서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홍콩인들의 이탈도 문제다. 홍콩 밍바오가 지난달 25~29일 15세 이상 홍콩인 8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7.2%가 이민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특히 대졸자 중 50.8%, 월 소득 6만 홍콩달러(950만원)인 응답자의 50.4%가 이민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업체 대다수는 현지 영업을 위해 현지 채용이 많다. 우리은행의 경우 홍콩지점 27명 중 77%인 21명이 현지 직원이다. 우리은행 홍콩 IB에서도 19명 중 14명이 현지 직원으로 채워져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 76명 직원 중 85.5%에 달하는 65명이 현지 직원이다.

리자오보 홍콩 중문대 교수는 “우수한 금융인재가 홍콩의 힘이었는데, 이 금융 인재들이 사라지면 업체도 싱가포르 등으로 이전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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