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에게 묻다]“최저임금 1만원 미지의 영역…어떤 위험 있는지 몰라 신중해야"

방성훈 기자I 2019.04.15 06:20:00

<4>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인터뷰
"2018년 고용 3.8%p 줄어…27%는 최저임금 인상 탓"
"유가 30% 상승보다 큰 충격…임금은 다시 내리지 않아"
"근로장려세제 등 재정정책과 조합 중요…정부가 정해야"
"장기연구 가능한 정책평가 생태계 구축..세금낭비 막아야&q...

이정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달 25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2018년 주요 노동 계층인 25~65세 기준 없어진 일자리 4개 중 1개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월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해 다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한국 노동정책을 꾸준히 연구해 온 유명 경제학자가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이 고용에 끼친 영향을 평가한 것이어서 무게감이 남달랐다.

이 교수는 2012년 ‘주40시간 근무제 도입이 근로시간·임금·고용에 미치는 영향’, 2016년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2018년 ‘근로장려세제가 노동시장 참여에 미치는 효과’, ‘최저임금이 임금분포에 미치는 영향’ 등 정부의 고용정책을 꾸준히 연구해 온 노동경제학자다.

이 교수는 지난 2017년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논문으로 한국노동경제학회로부터 배무기학술상을 수상했다. 고(故) 배무기 교수의 학문적 업적과 공헌을 기리기 위한 상이다. 앞서 2015~2017년에는 노사정 청년고용협의회 위원으로 일했고, 2016년 말 최저임금 개편 태스크포스(TF)에도 참여했다.

이 교수는 “현재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중위임금 또는 평균 임금대비 너무 높기 때문이다. 상승률이 생산성을 웃돌아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최저임금 1만원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영역이다. 정부도 학계도 그 위험성을 쉽게 평가 또는 예측할 수 없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점진적으로 가자고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2018년(16.4%)과 2019년(10.9%) 2년 연속 두자리 수 인상률을 기록한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 전반, 특히 한계영역에 있는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한계 노동자들의 고용 기회를 크게 줄였다. 급격한 인상 피로감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은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경제상황을 반영한 현실성 있는 최저임금 인상 논의를 위한 결정체계 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이 교수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이 교수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놔 화제가 됐다.

△자영업 전체 또는 노동시장 전체에 끼치는 영향은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이든 제조업이든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걱정되는 건 한계영역에 있는 기업이나 노동자다.

최저임금 인상 후에도 일자리 상실이 거의 없었던 나라로 꼽히는 독일도 속을 들여다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많은 한계기업과 한계노동자들이 퇴출됐다. 경제가 팽창하던 시기여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가려져 보이지 않았을 뿐 부작용이 없었던 게 아니다.

- 최저임금을 너무 많이 올린 것인가.

△유가와 비교해보자. 유가가 오르면 전기요금과 연료값이 오른다. 상승폭이 크지 않다면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하지만 30%가 오르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제성장률까지 떨어뜨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 근로자를 주로 사용하는 기업에게는 인건비가 30% 오른 것이다. 월급이 2년 동안 30% 올랐다고 생각해보자. 엄청난 폭이다. 유가는 다시 하락할 수 있지만 임금은 한 번 오르면 결코 내리지 않는다.

- 최저임금 인상이 나쁘다는 것인가

△경제학자 입장에서 정책 자체로는 좋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임금이 오른 근로자는 좋지만 그 비용(코스트)이 얼마나 발생하고 누가 지느냐가 문제다. 2년 간 30% 올렸을 때 그만큼 돌아오는 것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거나 경제체질을 바꿀 정도의 효과가 있는가. 아니다. 노동력이 저평가되는 것을 막겠다는 도입 취지에서 보면, 경제 성장에 맞춰 인상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인상 시기와 폭을 고용억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최저임금 결정은 정부가 해야 한다. 인상률이 결정된다고 끝이 아니다. 일자리 안정자금, 근로장려세제 등 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다른 정책과의 조합이 중요하다. 고용보험 실업급여 하한선과도 연동돼 있다. 기획재정부가 재정정책 소관 부처들과 협의해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책임을 지고 최저임금을 관리해야 한다.

-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평가할 수 있는 체계다.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시스템을 통해 위험성을 잘 걸러낸 뒤에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후 발생한 문제를 수정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도 확립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정부가 뛰어드는 순간 후생손실이 발생한다. 이 비용을 부정해선 안된다. 오히려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정책평가가 중요하다.

- 현재도 정책평가는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발전했지만 여전히 환경이 좋지 않다. 정책을 연구하는 교수, 국책연구원, 공무원 등으로 생태계가 구성된다. 인적 자본들의 지식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생태계 자체가 높은 질의 정책평가를 할 수 없도록 형성돼 있다.

-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큰 문제는 정책평가 주기가 너무 짧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로장려세제를 확대했는데 ‘빈곤가구의 사회적·경제적 수준이 얼마나 개선됐는가’를 살펴보려면,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를 토대로 심도 있는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책평가 10건 중 5~6건은 연구 기간이 6개월 이하다.

예전 연구에 기반을 두지 않는 단발성 연구가 많아 연속성이 결여돼 있고, 참여 연구자들에 대한 보상이 적어 고급 인력을 끌어들이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연구층이 두텁게 형성되지 못하고 양질의 연구를 기대하기 힘들다. 국책연구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현재 정책과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학술적 연구도 장려해야 한다.

어떤 정책에는 수조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정확하고 엄밀한 정책 평가가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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