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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에게도 황금기”…150조 국민성장펀드, 투자검증 시험대[마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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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기자I 2026.09.26 0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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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150조 풀리는 국민성장펀드…올해만 30.6조원 공급 계획
7월말 16.3조 승인·4.1조 집행…"자금 빨리 풀란 분위기"
민간 운용사 거치는 간접투자만 7.6조
700억 유치 직전 사기 의혹 터진 애즈위메이크…“속도보다 검증”

이 기사는 2026년09월26일 01시07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투자금을 받아서 빼돌리려는 사기꾼들에게 지금 같은 황금기가 없죠. 정부에서 국민성장펀드로 거액을 풀잖아요. 당장 투자할만한 기업이 많으냐? 아니거든요. 투자 속도를 너무 강조하면 사기치는 기업들이 환호할겁니다”

한 사모펀드(PEF) 업계 관계자가 최근 국민성장펀드를 두고 내놓은 우려다. 첨단산업에 대규모 성장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장에 풀리는 자금의 집행 속도를 투자기업을 검증하는 역량이 따라가지 못할 경우 부실·사기 기업들이 정책자금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자금이 절실한 성장기업을 제대로 찾아가야 할 돈이, 건실한 기업인양 재무자료를 조작한 사기꾼 뒷주머니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향후 5년간 150조원의 자금을 첨단산업 생태계에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 공급 목표 규모만 30조6000억원에 달한다. 금융위는 지난 7월 말까지 총 23건, 16조3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승인했으며 실제 집행된 자금은 4조1000억원이다. 민간 운용사를 거치는 간접투자 부문에서도 18개 운용사가 선정돼 펀드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는 기업의 자금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면 실제 필요한 시점보다 앞서 빠르게 지원을 승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간 30조원이라는 목표에 구애받지 않고 대상 기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직접투자와 인프라 투융자, 저리대출 등을 병행해 과거 정책성 펀드보다 자금 집행 속도가 빠르다는 설명이다.



돈은 늘었는데…투자할 기업도 같이 늘었나

문제는 정책자금의 공급 규모를 대폭 늘린다고 해서 투자할 만한 우량 기업까지 같은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공급 목표액 30조6000억원 가운데 사모펀드(PE)·벤처캐피털(VC) 등 민간 운용사가 직접 투자 대상을 발굴해야 하는 간접투자 규모만 7조6000억원에 이른다. 국민참여형(1조2000억원)과 일반 정책성 펀드(6조4000억원)를 합친 금액이다.

투자업계에서 특히 경계하는 대목은 이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과도한 ‘속도전’이다. 정책펀드를 위탁받은 운용사는 정해진 기간 안에 투자처를 발굴해 자금을 소진해야 한다. 금융위 역시 기존 정책성 펀드의 일반적인 투자기간을 4~5년 수준으로 잡아 제시한다. 기한 내 소진해야 할 자금은 크게 늘어난 반면, 대상 기업이나 이를 검증할 심사 인력은 단기간에 확충되기 어렵다 보니 집행 속도가 빨라질수록 개별 기업에 투입되는 실사 시간과 깊이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비상장 성장기업은 상장사와 달리 외부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기업이 제출한 감사보고서나 계약서, 매출 자료만 단순 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경우, 자료 자체가 위조되거나 왜곡됐을 때 투자자가 이를 걸러내기 어렵다. 주요 거래처에 실제 거래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세금계산서, 현금흐름을 교차 검증해야 하는 깐깐한 실사 절차가 필수적인 배경이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국민성장펀드, 투자속도 강조하면 '사기 검증' 부실해질라"

최근 불거진 '애즈위메이크' 사기의혹 사태는 투자 검증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식자재마트 주문·배송 플랫폼 ‘큐마켓’ 운영사 애즈위메이크는 개인투자조합과 벤처캐피털(VC) 등 20여곳이 넘는 투자자를 유치하며 성장한 기업이다. 그러나 대형 후속 투자 과정에서 매출 및 재무자료 관련 이상 징후가 뒤늦게 확인됐다. 애즈위메이크는 지난 상반기 상환전환우선주(RCPS) 방식으로 총 7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회사가 제시한 기업가치는 투자 전 1500억원, 투자 후 2200억원이었다. 오는 2027년 하반기 상장을 청구해 2028년 말까지 증시입성을 마무리 짓겠다는 회수 시나리오도 포함됐다.

투자제안서상 수치만 보면 애즈위메이크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애즈위메이크가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36억원에 그쳤던 매출이 2025년 계열사 합산 기준 430억원으로 늘어났다고 제시했다. 운용사 의견을 반영한 실적 전망치 역시 2026년 매출 1467억원, 2027년 2957억원으로 급증했다. 2027년 예상 순이익 395억원에 유사업체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하면 기업가치가 1조2000억원을 상회한다는 추산까지 내놓았다.

애즈위메이크에는 이미 다수의 VC와 투자조합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700억원 규모의 후속 라운드를 검토하던 투자자들이 기초 실사를 진행하면서 거래처와 매출, 은행 잔고 등 투자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량 데이터 전반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일부 거래처에서는 애즈위메이크가 제시한 수치와 실제 거래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정황이 파악됐고, 투자자에게 전달된 감사 관련 자료가 회계법인이 발급한 원본과 다른 정황까지 포착됐다. 이에 투자사들은 추가 투자를 전면 중단하고 외부 회계실사와 법적 대응에 착수한 상태다.

여러 투자사가 있고, 재무성과가 괜찮아보이는 기업이라고 제대로 살피지 않았더라면 조작 징후가 덮일 수도 있었다. 국민성장펀드의 자금 집행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투자업계가 애즈위메이크 사례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PE·VC 등 민간 운용사를 통한 간접투자 규모만 7조6000억원에 달한다. 투자 검토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운용사가 기존 투자자의 판단이나 투자유치 이력을 신뢰해 개별 기업에 대한 확인 절차를 줄일 경우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성장펀드가 자금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해 정작 자금이 필요한 성장기업에 공급하지 못한다면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그러나 공급 규모를 빠르게 늘리는 과정에서 투자 건수와 심사 업무가 함께 급증할 경우 개별 기업에 투입할 실사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펀드별 투자기간과 자금 집행 계획까지 맞춰야 하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투자처 발굴과 자금 소진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딜은 늘고 투자기간은 정해져 있으면 결국 심사역 한 명이 동시에 보는 건수가 많아진다"며 "이러면 ‘기존 투자자도 있으니 괜찮겠지’ 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재무적 수치만 대충 맞춰놓고 투자금을 횡령해보려는 사기꾼들에게 좋은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사가 아무리 검증을 강화해도 고의적으로 자료를 조작해 투자금을 받아내는 경우까지 민간이 전부 막기는 어렵기도 하다”며 “적발된 투자사기를 신속하게 수사하고 엄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사법적 대응 체계도 함께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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