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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급락땐 '손실보전' 부메랑..PRS 3.8조 썼다가 1.2조 날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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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기자I 2026.08.13 01: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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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개드는 PRS] ②
주가·환율·업황 변동성에 노출된 PRS
만기 시 가치 회복 못하면 손실 보전해줘야
PRS로 3.8조 조달한 SK이노, 2분기 1.2조 손실반영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올해 국내 증시 변동성이 극심해지고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주가수익스와프(PRS)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의 리스크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금 조달 당시에는 부채비율을 늘리지 않는 유용한 창구였으나, 주가 하락 시 기업이 손실을 보전해줘야하는 조항이 현금 유출 부담으로 돌아오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장 계열사 주가에 촉각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포스코, 한화, SK 등 주요 대기업이 계열사의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한 PRS 거래를 잇달아 추진했다. 이 규모만 총 6조3505억원에 달한다.

기업들의 주식 연계 자금조달은 2010년대 중반부터 총수익스와프(TRS)를 중심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TRS는 기업이 주식을 직접 보유하면서 거래 상대방(금융사)와 주가 변동에 따른 경제적 손익을 교환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자금조달과 지배구조 재편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TRS는 실질적으로 주식담보대출과 유사한 구조인 데다 파킹딜 등 거래의 실질과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분 진성매각에 가까운 PRS가 대안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주식 등을 금융사에게 넘기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계약 종료 시점의 가격 변동분을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가격보다 하락하면 기업이 거래 상대방에게 차액을 지급하고 반대로 상승하면 차익을 돌려받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지 않아 재무제표 부담을 줄이면서도 신속하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상장 계열사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PRS를 체결한 대기업들은 주가 향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SK와 한화시스템, 포스코홀딩스 등이 대표적이다. 통상 PRS 계약은 3년 만기로, 분기나 반기별로 기초자산의 공정가치를 평가해 변동분을 파생상품 손익으로 반영한다. 당장은 장부상 평가손실일 뿐 실제 현금 유출로 이어지진 않지만, 만기나 정산 시점엔 대규모 유출 부담이 있는 셈이다.

SK(034730)는 지난 2월 26일, 한화시스템(272210)은 3월 25일 각각 보유 중이던 SK바이오팜, 한화오션(042660) 지분을 활용해 PRS 딜을 단행했다. 다만 당시 코스피 지수는 5600~6300선으로 현재 지수에 비하면 하락폭은 제한적이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코스피가 큰 폭 조정을 받은 후인 지난 7일 신규 계약을 체결한 만큼 향후 증시 반등 시 정산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상장사·해외법인 지분은 공정가치·환율 리스크



비상장사나 해외법인 지분을 기반으로 PRS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은 다른 차원의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코스피 지수 변동에서는 한발 비껴나 있지만, 외화 기준 지분 가치를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환 변동성에 노출된다. 최근처럼 환율이 하락하면 지분의 원화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 대상 법인의 사업 실적이나 업황이 악화할 경우 공정가치 하락에 따른 정산 손실 가능성이 있다. 호주 계열사 신주를 활용한 고려아연(010130), 한화큐셀 미국법인 지분을 활용한 한화솔루션(009830)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장부상 손실로 입증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1조2169억원에 달하는 PRS 파생상품 평가손실을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4년과 지난해에 걸쳐 자회사인 SK온(비상장)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상장) 지분을 활용해 총 3조8000억원의 PRS 계약을 맺었다. 당장 현금이 유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만기나 중도 정산 시점까지 가치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거대한 현금 유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 여건이 악화하고 파생상품 리스크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PRS 조달이 무산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시스템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최대 9000억원 규모의 PRS 조달을 추진했으나, 앞서 진행된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논란과 파생계약에 대한 시장의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PRS는 주가 상승 시에는 추가 이익 없이 수수료만 지불하고 주가 하락 시에는 손실을 안아야 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존재한다”며 “증시 및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과도한 PRS 의존은 기업의 유동성 체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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