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기업 고려아연 살릴 대타협 절실하다[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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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나 기자I 2025.02.25 05:55:55

역대 최대 실적에도 불구 재무건전성 빨간불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고려아연 역할론 부각
내달 정기 주주총회 앞두고 갈등 격화 가능성
기업경쟁력 훼손 우려…대타협 논의 나서야

[이데일리 하지나 산업부 차장] 국내 최대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은 지난해 12조82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360억5200만원으로 전년대비 11.5%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는 물론 경영권 분쟁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양호한 영업 성과를 거뒀다.

경영권 분쟁에 무너진 무차입 경영

하지만 영업이익에서 이자비용 등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상황은 간단찮다. 지난해 고려아연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59.6% 줄어든 2155억원을 기록했다. 양호한 영업 실적에도, 순이익이 급감한 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급증한 차입금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공개매수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7%의 고금리로 1조원을 긴급 조달했으며, 이자비용만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김병주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이데일리 DB)
지난 2023년 4분기 기준 8620억원 수준이던 차입금은 지난해 4분기 4조826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동안 고려아연이 고수해 온 무차입 경영이 사실상 멈춰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 고려아연 부각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고려아연의 존재감은 오히려 부각되고 있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산물이 첨단 기술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중국이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인듐 등 5개 품목과 관련 기술에 대해 수출 통제를 발표했을 때도 정부는 가장 먼저 고려아연에 연락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5개 품목 중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은 모두 안정적인 국내 생산과 공급이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들 3개 품목을 생산하는 곳이 바로 고려아연이다. 특히 인듐은 인공지능(AI)용 반도체 기판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로, 고려아연은 지난해 92톤(t)을 생산했으며 이는 전세계 생산량의 8.5%에 해당한다.

미국 수출 추진 소식이 전해지며 주목받은 안티모니 역시 무기와 반도체, 배터리 등에 쓰이는 대표적인 전략광물자원 중 하나다.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이 고려아연에 공급 차질 여부를 직접 확인했을 정도다.

기업경쟁력 훼손 우려…대화 나서야

최근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고려아연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고려아연의 경영권은 아직 위태롭다. 경영권 분쟁은 최근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시 한번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23일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19명 상한 안건 등을 통과시킨 고려아연 임시주총이 무효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재판부는 이달 28일을 심문 종결일로 정하고 늦어도 내달 7일까지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분쟁 장기화에 따른 기업 경쟁력 훼손은 또 다른 국가적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대타협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소모적인 갈등과 싸움을 멈추고 양측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소통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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