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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개발에 앞다퉈 나서면서 학습데이터 처리 등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어떻게 준수할 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개인정보보호법 자체가 불명확하게 돼 있어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기업 현장에서는 약간 이율배반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며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는 것 같지만, 기술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세 달 지나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기술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틀린 규정을 만들었다고 비판한다”고 아쉬워 했다.
그는 “따라서 규정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원칙 중심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물론 원칙이라는 게 추상적이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갑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위가 무료로 컨설팅 해줘요”
이러한 맥락에서 도입한 게 ‘사전적정성 검토제’라는 제도다. 이는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개발하려는 사업자가 개인정보위와 함께 개인정보 보호법 준수방안을 사전에 마련하고, 이를 적용한 경우 향후 행정 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물론 무료다.
고 위원장은 “기업이 신기술 분야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프라이버시 친화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하는 제도”라면서 “지금까지 4건이 의결됐는데, 이 중 3건은 스타트업이었고, 나머지 1건은 공공기관이었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가 거짓 구인광고 유통으로 인한 피해 예방을 위해 자체 보유 정보를 민간 인적자원(HR) 채용 플랫폼에 공유한 사례와, HR 채용 플랫폼 회사가 구직자 스스로 특정 기업에 입사를 지원하면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를 다시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 등이 있다.
“사전적정성 검토제, 의무 아냐”
그러나 ‘사전적정성 검토제’가 국내 기업에게는 추가 규제로 작동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컴플라이언스 수준이 높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의무가 전혀 아니다”라며 “기업이 판단 못하고 속을 끓이거나 이럴 때 우리에게 와서 터놓고 이야기 해서 같이 솔루션을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사전적정성 검토제’는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기업에 한해 개시되며, 위원회 직권으로는 실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제출된 자료는 사전적정성 검토 목적으로만 활용되고,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고시에 담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는 개인정보위의 ‘인공지능프라이버시팀’에서 관리한다.
“기술 배경 직원 귀중, 젊고 유연한 인력 많다”
고 위원장은 ‘사전적성성 검토제’가 직원들의 역량 향상과 전문성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술 배경이 있는 직원이 많이 필요한데 항상 귀중하다”면서 “이번에 채용한 고시 출신 공무원 3명 중 1명이 전산 직렬 출신이다. 예전에는 전산 직렬 출신들 중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인 친구들은 과기부나 행안부로 많이 갔는데, 이번에는 톱 수준의 친구가 우리 위원회를 선택했다”고 미소지었다. 그는 “사전적정성 검토제가 과부화될 정도가 되면 기재부와 협의해 인력을 추가로 충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장의 인재 욕심 덕분일까. 고학수 위원장 취임 이후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 부처의 우수 인재들이 개인정보위에 합류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우리 위원회의 장점은 다른 부처보다 젊고 유연한 인력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AI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나가겠다고 했을 때 낯설고 어려워 걱정도 많았는데, 다들 흥미를 갖고 나름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직원들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고 했다.
그에게 2022년 7월 개인정보보호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물었더니 역시나 AI 관련 규제 정립 노력이었다.
고 위원장은 “대변인실의 공식 답변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지만(웃음),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위원회를 AI 분야로 더 적극적으로 이끌면서 AI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뭔가를 추진하고 고민했던 결정들이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