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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 대학 사진학과 교수로 있던 배병우 작가의 성추행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서울예대 구성원들은 소위 ‘멘붕’ 상태다. 그러나 학교 구성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씨는 “학교 안팎에서 앞으로 (성폭력 사실이) 더 터질 수 있다는 말을 돌기도 한다”면서도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이번 기회에 낱낱이 파헤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겪은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대학가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오랜 시간 뿌리박힌 사제지간 갑을(甲乙) 관계에다 졸업 후 진로에도 영향을 주다 보니 교수들이 버젓이 학생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러왔다는 분석이다. 성폭력에 침묵하던 학생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50대 성인남녀 1063명을 대상으로 미투와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 하겠다) 운동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8.6%가 이들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74.4%는 실제로 이 운동에 동참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 미투 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응답도 63.5%에 달했다.
사회 전반에 미투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학별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숲’에는 문화·예술 전공 학생들을 중심으로 대학 내 성폭력에 대한 폭로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예술학부에 재학 중인 이모(27)씨는 “예술이라고 포장하면서 수업시간에 성적인 농담을 하거나 학생들이 수치심을 느낄 정도의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며 “다른 학교 친구들 얘기를 들어봐도 결국 올 것이 왔다고 보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실제 경찰 조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7일 연구실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제주대 사범대학 생물교육전공 교수 A(53)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교수는 경찰 조사에서 “친근함의 표시일 뿐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학교 측은 A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여는 등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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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대학 선후배 사이에서 이뤄진 성폭력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피해 범위는 대학 전반으로 커지는 분위기다.
전남 광주 소재 한 대학 사회관계망(SNS) 게시판에는 선배로부터 당한 성추행 내용을 고발한 대학생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졸업한 모 선배가 술을 마시며 신체 일부를 쓰다듬거나 남학우들이 ‘살 좀 빼라’ ‘턱살 봐라’ 등의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섹시하다는 말만이 성희롱이 아니다. 친근의 표시로 건넨 말이 참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입학을 앞둔 대학 새내기들도 ‘나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며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에 일선 대학들은 이달 초 열린 신입생 새터(OT)에서 인권 교육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의 한 사립대 OT에서는 “게임에서 지면 이성의 겨드랑이를 꼬집어야 한다”며 신체 접촉을 부추겨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례도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과거 무심코 넘겼던 성폭력 피해 폭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추가 피해 사례가 이어지면서 미투 운동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며 “대학교의 경우 약자의 피해학생이나 조교들의 사례를 학교 측에서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통해 추가 피해사례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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