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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는 무대로, 연극은 안방으로
2018년 상반기 연극계 최고 화제는 ‘돌아온 스타’다. 배우 황정민, 김상중, 조정석이 주인공이다. 이름과 얼굴이 낯익은 스타들이라 관심이 많다. 중극장 이상 규모로 침체한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홍보마케팅이 목적인 구색맞추기 출연이 아니다. 연극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종연까지 책임진다.
황정민은 6일부터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리처드3세’에 출연한다. 연극은 ‘웃음의 대학’ 이후 10년 만이다. 김상중은 9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연극 ‘미저리’ 무대에 선다. 조정석은 27일부터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를 연기한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황정민 조정석 등은 무대연기에서 출발한 만큼 초심을 되찾고 자극을 받는 등 의미있는 활동이 될 것”이라고 이들의 무대 컴백을 반겼다. 이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고 팬덤이 강한 이들이 무대에 서는 만큼 연극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오르고 있다”며 “배우만 주목할게 아니라 연극의 문턱을 낮추고 무대예술을 보는 즐거움을 관객에 전달해 연극계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방송가의 화두는 대학로다. 과거에는 20대 초반의 남녀배우를 캐스팅해 스타로 키워내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30대 혹은 중년이라 말하는 40대 배우도 관심선상이다. 유망주보다 연기력과 개성을 갖추고 방송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즉시전력감’을 찾는다. “요즘 대학로에 눈에 띄는 배우 없나?”고 묻고 다니는 게 예사다.
배우 박해수·박호산·이규형 등 지난달 18일에 종방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출연한 주역들 대부분이 대학로서 오래 활동한 배우로 알려지면서다. 한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젊고 잘생기거나 예쁜 배우는 아이돌 출신으로도 차고 넘친다”라며 “최근 드라마 작가나 연출자들이 신선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배우를 원하는 만큼 대학로서 검증한 배우를 발굴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대에 선 탤런트.. 연극계는 주시하는 중
MBC 공채 출신인 탤런트들은 아예 대학로 극단을 만들어 연극에 도전장을 냈다. 이들은 MBC탤런트극단을 만들고 1일부터 대학로에서 연극 ‘쥐덫’을 공연한다. 배우 양희경·오미연·박소정·임채원·박형준·윤순홍·정성모·정욱·장보규 등 얼굴만 봐도 알아볼 스타다. 연극계서 활동하던 이들도 있지만 무대연기가 처음인 이들이 많다. MBC 탤런트는 31기를 끝으로 공채를 뽑고 있지 않은 만큼 앞으로 대학로서 신입단원을 뽑는다는 계획이다.
방송가서 주로 활약하던 배우들이 무대로 돌아오는 것은 바뀐 드라마 제작 환경 탓이다. MBC의 경우 공채시스템이 사실상 무너지면서 드라마 제작을 외부에 기대고 있다. 이는 KBS S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사도 크게 다르지 않아 공채 탤런트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윤철형 배우 겸 MBC공채탤런트 회장은 “방송 제작 환경이 바뀌면서 다른 길을 찾으려는 후배들이 안타까워 고민을 하다 극단을 만들었다”며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극단으로서 앞으로 꾸준히 공연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연극계는 마냥 반기지는 않는다. 침체한 연극계 분위기를 스타들이 띄운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면 오히려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김창화 상명대 연극학과 교수는 “무대 경험이 없는 스타들이 쉽게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보고 박탈감을 느끼는 연극인도 있다”며 “방송 및 영화계 활동영역이 좁아져서 대학로로 오려는 이가 많아진다면 오히려 연극계의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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