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00조’…M&A 전성시대 한·미·일 달랐다[마켓인]

김성훈 기자I 2022.01.31 10:40:00

지난해 글로벌 M&A 규모 6900조 기록
바야흐로 M&A 전성시대 열렸다 평가
코로나19에 따른 각국 경기부양 여파
미국은 PEF와 스팩이 M&A 열기 견인
일본 탈(脫)탄소 흐름 사업 재편 활발
한국은 온라인플랫폼·소부장 거래 눈길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5조8000억달러(6900조원). 금융 정보 제공 업체 레피니티브가 발표한 지난해 전 세계 인수합병(M&A) 거래 규모다. 전년 대비 64% 증가한 수치로 관련 조사 시작 40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그야말로 ‘M&A 전성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M&A 시장이 급속하게 팽창한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자본시장과 외신들은 주식시장 호황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정부의 광범위한 경기 부양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의 스탠다드(기준)로 꼽히는 미국은 물론 일본, 국내 시장에서는 이런 호황에 어떤 흐름을 보였을까.

지난 25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오프닝벨이 울리고 있다. (사진=AFP)
미국 시장의 경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M&A 열기를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시장에서 PEF가 진행한 스팩을 통한 합병은 334건을 기록했다. 가치만 해도 무려 5970억 달러(약 709조원)로 전체 M&A 규모의 10%를 차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의 지난해 M&A 거래가 10년 만에 가장 크게 일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 규제 당국이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빅테크의 반독점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한 이후에도 대규모 M&A가 이어진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MS와 알파벳, 아마존의 M&A 건수는 총 107건으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최다치를 기록했다. 금액으로 봤을 때도 634억 달러를 M&A에 사용했다. 회사별로 보면 MS가 56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마존이 29건, 알파벳 22건으로 뒤를 이었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레피니티브가 발표한 지난해 글로벌 인수합병(M&A) 거래 규모는 6900조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64% 증가한 수치로 관련 조사 시작 40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자료=레피니티브)
일본도 지난해 4000건 넘는 M&A를 기록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 M&A 정보업체 ‘레코프(RECOF) 데이터’를 인용한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출자를 포함한 일본 기업의 M&A 건수는 전년과 비교해 14.7%(550건) 많은 4280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와 글로벌 탈(脫) 탄소 흐름 속에서 M&A를 통해 사업 재편을 활발하게 추진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일본에서 거래된 M&A 가운데 가장 큰 규모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의 미국 자회사 은행인 MUFG 유니온뱅크 매각(1조9000억엔)이었다. 이 밖에 종합 전기전자업체인 히타치제작소가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 ‘글로벌로직’을 약 1조엔에 인수하고 도쿄 증시 상장 자회사인 히타치금속 보유 지분 전량(약 8000억엔)을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털과 일본 펀드인 일본산업파트너(JIP) 등의 미일 펀드 연합에 매각하기도 했다.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일본 최대 석유제품 공급업체 에네오스(ENEOS)홀딩스는 도로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닛포(NIPPO)를 1900억엔에 매각했다. 도로포장용 아스팔트 혼합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것이 경영상 부담으로 떠오르며 매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일본에서 거래된 M&A 가운데 가장 큰 규모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의 미국 자회사 은행인 MUFG 유니온뱅크 매각(1조9000억엔)이었다. (사진=AFP)
국내 시장은 차세대 투자 매물로 떠오른 온라인 플랫폼과 소재·부품·장비 부문의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며 50조원 넘는 거래가 이뤄졌다. 한국 M&A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성사된 M&A 거래는 총 58조937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채용 플랫폼인 잡코리아(9000억원)와 이베이코리아(3조4000억원),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7100억원), 문피아(1700억원), 타파스(6000억원), 래디쉬(5000억원)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아카이브(누적 콘텐츠) 기반 매물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싼 값에 사서 비싸게 파는 게 전략’에서 생각해보면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온라인 플랫폼은 데이터나 콘텐츠가 쌓일수록 가치를 인정받는 구조다 보니 투자 대비 거둬들일 수익 비율에 기대를 걸어 볼 수 있다. 인력 부담도 적은데다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변화를 줄 수 있다.

뿌리 산업으로 여겨지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거래 급증도 두드러졌다. 한국 M&A 거래소에 따르면 관련 업종의 M&A만 무려 118건에 달해 전체에서 12.6%를 차지했다. 소부장 업종 비중은 2년 연속으로 1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M&A거래소는 그만큼 유관 산업들 간의 합종연횡이 활발했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M&A거래소 관계자는 “중대형 규모의 거래가 다수 추진된 점이 규모와 건수 모두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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