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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열풍이 대학가에서 아직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학가 미투 중 세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던 동덕여대는 다음 달 8일 학생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에 대한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중앙대는 학생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교수에 대한 학교 인권센터 차원의 조사가 마무리됐다. 서울대에서는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이 대자보를 통해 알려지면서 해당 교수에 대한 재학생들의 파면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서문학과 교수 성추행 의혹…해 넘겨도 대학가 미투는 진행형
지난달 6일 서울대에는 미투 관련 대자보가 붙으며 지난해 시작된 대학가 미투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임을 알렸다. 대자보에는 대학원 졸업생인 B씨가 지도교수인 서어서문학과 A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담겨 있었다.
B씨는 대자보를 통해 “A교수의 강요로 가게 된 스페인 학회에서 A교수는 매일 밤 억지로 술을 마시게 했다”며 “호텔 바에서 제 허벅지 안쪽에 있는 화상 흉터를 보고 싶어 해서 안 된다고 했음에도 스커트를 올리고 제 다리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버스에서 자고 있을 때 뒷좌석에서 제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만진 적도 있다”며 “수시로 제 어깨와 팔을 허락 없이 주무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울대 인권센터는 A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정직 3개월의 징계를 권고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17명이 넘는 사람들이 진술서를 작성하고 인권센터가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파면이 아닌 3개월 정직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해당 학과에서 성추행 피해자를 압박하고 제보자를 색출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학생들의 분노는 더욱 들끓었다. 학생들은 피해자의 고발 대자보를 총 10개국어로 번역해 교내에 전시하고 기자회견과 집회를 통해 A교수에 대한 파면을 끊임없이 촉구하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에도 성희롱과 갑질로 물의를 빚은 사회학과 C교수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려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 일었다. 자체 규정 없이 사립학교법을 준용해오고 있는 서울대는 해임이나 파면이 아닌 이상 3개월 정직이 최고 수위의 징계다. 이때문에 교수들은 성추행을 저질러도 다음 학기에 곧바로 강단에 복귀할 수 있다. 서울대는 최근 3년간 11건의 교원 징계 가운데 해임이나 파면은 단 1건도 없었다.
◇동덕여대, 법정공방에 피해학생 후원금 마련…중앙대, 교수 징계 절차
지난해 학생들의 폭로 등으로 미투 문제가 불거졌지만 아직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올해 3월 미투 폭로 1년째를 맞는 동덕여대는 해당 사건이 법정 공방 단계로 넘어간 상태다.
지난해 3월 동덕여대 재학생 D씨는 2015년 하일지(63)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자신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하고 사과했다며 성폭력 피해 사실을 대학 커뮤니티를 통해 알렸다. D씨의 폭로 후 하 교수는 혐의를 부인하며 오히려 D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 교수는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다음 달 8일 1심 재판을 받는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법적 공방을 벌어야 하는 D씨는 변호사 수임료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동덕여대 비상대책위원회는 후원금을 모아 D씨에게 전달하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릴레이 후원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재학생에게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으로 인권센터 조사가 이뤄졌던 중앙대는 최근 학교 차원의 조사가 마무리됐다. 중앙대 인권센터는 교내 징계위원회에 영어영문학과 E교수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했다. 인권센터는 또 피해 학생에 대한 접근 금지를 명령하고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영어영문학과에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E교수에 대한 최종 징계가 내려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인권센터는 중징계를 권고했지만 교원 인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를 거쳐야 E교수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E교수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징계과정이 남은 만큼 E교수가 자신의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지 계속 주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