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반도체 키워라…삼성 휴머노이드 로봇 '승부수'[파워人스토리]

김정남 기자I 2025.01.23 05:30:00

오준호 삼성전자 초대 미래로봇추진단장
새 먹거리 휴머노이드 로봇 선봉장 중책
생성형 AI 급성장…"로봇산업 새 가능성"
JY 강조한 새 먹거리…"삼성 타이틀 도움"
''삼성 승부수'' 시장은 긍정적…주가 급등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새해 벽두 재계를 떠들썩하게 한 소식은 단연 삼성의 휴머노이드 로봇 ‘승부수’였다. 삼성전자가 로봇전문기업 레인보우 로보틱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다.

그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한국은 제조업 전통로봇은 세계적인 강국으로 꼽히지만, 지능형 첨단로봇은 미국·유럽·일본·중국 등에 한참 뒤처져 있다. 이 판을 뒤집는 출발을 삼성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한국 로봇산업의 거목인 오준호 삼성전자 초대 미래로봇추진단장(레인보우 로보틱스 창업자·카이스트 교수)이 있다. 그는 특히 예상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인간화한 로봇’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삼성 미래 먹거리의 초석을 닦는 중책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무한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휴머노이드 로봇 긍정론 더 강해졌다

22일 삼성 안팎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오 단장은 당초 로봇이 인간의 지능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가 최근 AI의 급성장을 보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로봇이 복잡한 환경에서 사람과 유사하게 움직이려면 팔 혹은 다리가 반복 훈련을 통해 스스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 학습의 고도화 과정에서 생성형 AI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단장은 “생성형 AI를 통해 로봇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긍정론을 자주 거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 로보틱스를 전격 인수하고 오 단장이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장을 수락한 것은 이같은 장밋빛 미래가 자리했다. 오 단장은 최근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5’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생성형 AI의 접목을 염두에 두고 주요 로봇업체들의 전시장을 세세하게 둘러봤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오 단장은 지난 2004년 국내 첫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휴보’ 개발을 주도한 최고 권위자다. 이데일리가 오 단장의 2020년 이후 논문들을 분석해보니, 외골격 로봇 본체 외에 인체의 심장에 해당하는 ‘전기모터’, 근육·관절과 유사한 ‘액추에이터(유압식 구동장치)’, 물체를 회전시키는 힘을 나타내는 ‘토크(Torque)’ 등의 제어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뤘다. 이를테면 오 단장은 지난 2019년 한 논문을 통해 “지면 반작용력, 스텝(발걸음) 위치·시간 등을 최적화한 보행 컨트롤러를 설계했다”며 “이 알고리즘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서 스텝 위치와 시간을 안정적으로 생성할 수 있다”고 했다. 로봇업계 한 관계자는 “오 단장의 로봇기술 노하우에 삼성의 AI 기술을 어떻게 융합할 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4억3000만달러(약 3조46000억원)에서 오는 2032년 660억달러(약 96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45.5%에 달한다.

◇한국만 뒤처진 로봇산업 국가대항전

오 단장이 삼성 로봇사업의 선봉에 선 것은 글로벌 국가대항전 현실과도 직결돼 있다. 현재 로봇 시장은 미국·유럽·일본 중심의 된 선진국 그룹에 중국이 저가 공세를 내세워 추격하는 형국이다. “로봇산업의 챗GPT 모멘트(변곡점)가 오고 있다”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언급은 세계가 휴머노이드 로봇에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주는 예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로봇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직접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초대 미래로봇추진단장을 맡은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레인보우 로보틱스 창업자). (사진=레인보우 로보틱스)


로봇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공들이고 있는 분야라는 점 역시 재계의 관심사다. 이 회장은 2021년 당시 “로봇, AI 등에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그 기저에 있는 것으로 읽힌다. 오 단장은 2023년 본지 인터뷰에서 “세계 시장에 진출할 때 ‘삼성’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시장은 일단 오 단장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인수 발표 직전인 지난해 12월 30일 레인보우 로보틱스의 종가는 16만2700원이었는데, 14거래일 만인 지난 21일 26만500원으로 무려 60.11%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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