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가정 원활한 면접교섭, 자녀 행복 성장 위해 필수"

백주아 기자I 2024.03.20 06:00:00

■김희영 가정법원 광역면접교섭센터 가사조사관
전국 최대 규모…한달 최대 480건 교섭 가능
비양육친 면접·양육친 상담 등 전문적 운영
면접교섭 중요성 제고…이용 전년比 50%↑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이혼 가정의 자녀가 비양육부모와 정기적 만남을 통해 양육부모와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 나가도록 돕는 면접교섭은 자녀 행복과 건강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19일 방문한 경기도 구리시 광역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에서 만난 김희영 가사조사관은 “자녀가 양육친과 비양육친 모두의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돕는 것이 면접교섭센터 운영의 궁극적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19일 경기도 구리시 광역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 면접교섭실에서 만난 김희영 가사조사관. (사진= 백주아 기자)
서울가정법원이 운영하는 면접교섭센터는 이혼 등으로 관계가 단절된 부모와 자녀가 안전하고 중립적 환경에서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제공, 원만한 면접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장소다.

지난 6일 개소한 광역면접교섭센터는 전국 13개 면접교섭센터 중 최대 규모다. 4개의 면접교섭실을 운영해 하루 최대 16건, 1개월 기준 최대 480건의 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법원이 아닌 외부 독립 건물에 센터를 마련한 만큼 부모가 어린 자녀를 데리고 법원에 출입하는 심리적 부담을 덜도록 했다. 면접교섭센터가 설치되지 않은 서울 동·북부 지역과 경기도 남·북부 지역 부모와 자녀는 누구든 이용 가능하다.

김 조사관은 “주로 이혼·양육 분쟁으로 갈등이 심한 경우 법원 사전처분 결정과 판결에 따라 센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가 서로에게 가지는 적개심, 괴롭힘, 자녀탈취에 대한 불안감, 미숙한 양육방식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있는 경우 센터를 통해 안전한 교섭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역센터 이음누리에는 현재 총 40명의 전문 상담위원이 활동 중이다. 상담위원은 아동상담, 부모교육, 가족상담, 놀이치료 등을 전공한 석·박사 출신 전문가로, 면접지원, 부모 상담 등을 체계적으로 돕는다.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부모는 면접교섭위원의 지도 하에 센터 내에서 자녀와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고 양육 부모는 안심하고 대기하며 양육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식이다.
경기도 구리시 광역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 면접교섭실 내부 전경. (사진= 백주아 기자)
김 조사관은 “자녀가 부모 이혼 과정에서 잘 적응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기 교섭이 중요하다는 게 학계 정설인데 2021년 한가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혼가정 중 정기교섭을 진행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며 “면접 교섭의 성패는 양육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부모가 안심하고 자발적으로 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부모 상담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음누리는 자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연령에 맞는 다양한 놀잇감과 시설을 갖췄다. 특히 서울 센터와 다르게 13세 이상 청소년도 이용 가능하도록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보안관리대원이 늘 상주하는 등 법원에 준하는 안전시설도 갖추고 있다.

김 조사관은 “평범한 가정에서도 사춘기 자녀 양육이 쉽지 않은데 면접교섭 단절이 있는 가정은 더 어려울 것”이라며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비양육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청소년 시설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면접교섭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면접교섭센터 이용건수는 증가 추세다. 서울가정법원 기준 2019년 접수건수는 125건에서 2022년 194건으로 55.2% 증가했다. 법원은 조사관 조사, 상담기관 의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면접교섭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하고 있다. 대법원은 오는 2025년까지 전국 18개 법원에 면접교섭센터를 설치,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김 조사관은 “면접교섭은 자녀가 보고 싶을 때 가끔 만나 안부를 전하는 수준을 넘어 정기적 만남을 지속해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자녀 일상을 공유하면 부모간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녀에게 이롭다는 인식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당사자들도 면접교섭에 어려움이 있으면 포기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법원에 교섭 분쟁을 해결해달라는 신청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 시설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면접교섭을 연구해 특화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경기 구리시 가정법원 광역면접교섭센터 개소식 기념사진. (사진=법원행정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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