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투자·회수 전략으로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중견 벤처캐피탈(VC) 메디치인베스트먼트에는 성장 기업들이 만나야 할 탄탄한 실력을 갖춘 심사역들이 있다. 기업의 확장성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식견을 갖춘 우수한 투자 심사역, 이희종 메디치인베스트먼트 이사를 이데일리가 만났다.
이 이사는 스페인에서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거치고 글로벌 스타트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이력을 보유한 ‘재무통’이다. 지난 2008년 회계법인 삼성KPMG에서 회계사로 국내 시장을 뛰기 시작한 이 이사는 투자은행(IB) 업계로 넘어와 대형 증권사와 은행에서 기업공개(IPO), 주식발행시장(ECM), 인수금융 업무 등 현업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22년부터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일원으로 합류해 VC 업계에서 우량 기업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
이 이사는 메디치인베스트먼트 합류 이후 약 2년여간 뷰티·소부장·ICT·F&B·AI·핀테크 등 전통적인 산업부터 최첨단 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 10여개가 넘는 기업에 대해 투자를 진행했다. 대표 투자처 중 하나는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 중 하나로 꼽혀온 ‘뷰티 테크(beauty tech)’ 기업 에이피알(278470)이다. 에이피알은 지난 27일 벤처기업으로는 드물게 코스피 시장 문턱을 넘으며 2조원대 몸값을 인정받았다.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모두 대흥행에 성공했다. 상장 전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1112.54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이 허수성 청약을 금지한 이후 최고 경쟁률이다. 청약 증거금만 무려 14조원이 몰렸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공동 운용사인 IBK캐피탈 창업벤처부와 함께 운용하는 ‘메디치-IBKC 세컨더리 투자조합 2호’를 통해 지난 2022년 에이피알에 2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시점 대비 기업가치가 크게 뛰어오른 에이피알이 괄목할 만한 상장 성적을 내면서 투자금 대비 10배 가까이 회수 성과를 내게 됐다.
투자를 주도한 이 이사가 주목한 점은 에이피알의 미용 기기 기반 신사업의 확장성이었다. 기존 미용 관련 기업들이 마케팅 기반으로 중국 등 일부 시장 의존도가 높았던 데에 비해, 에이피알은 글로벌 시장 개척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 이사의 안목은 적중했고, 투자 단행 이후 에이피알은 국내 뷰티 디바이스 1위 기업 입지를 다지고 최근 북미 등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마쳤다.
이 이사는 “소비자 직거래(D2C) 기반으로 유의미한 실적을 거두고 있었고, 기존 사업 및 신규 사업인 뷰티 디바이스 기반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메디치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이후 첫 투자 기업이었다보니 최종 실행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공동운용사인 IBK캐피탈 창업벤처부를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최종적으로 투자를 집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에이피알 효과로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회수 명가’ 평판을 다시 한번 다졌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우량 기업을 선별해 내는 투자 안목과 이를 입증하는 회수 역량으로 정평이 난 VC다. 지난해에는 에드테크 기업 몰로코와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소프트웨어 기업 슈어소프트테크(298830), 코어라인소프트(384470)가 각각 20배, 5배, 4배의 멀티플을 기록했다. 숱한 회수 성과를 입증하듯 운용 중인 펀드들의 내부수익률(IRR)은 평균 20~15% 안팎에 달한다.
에이피알 외에도 연내 회수 실적을 올릴 건들이 적지 않다. 또 다른 투자 기업인 디지털 트윈 솔루션 기업 이에이트도 지난 23일 공모가를 웃도는 성적을 냈다.
이 이사는 “앞으로 2차전지 검사 장비 업체인 아이비젼웍스, 에너지신산업 기업 그리드위즈, 엔터 테크 기업 노머스 등 역시 연내 상장을 통한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있다”며 “지난해에도 회수 실적이 좋았지만, 올해 회수 실적이 더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있다”고 전했다.
◇ “스케일업·세컨더리 집중 투자...우량기업 골라내 유동성 공급”
지난해에 이어 연속으로 보이는 우량한 회수 성과 덕에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현재 진행 중인 신규 펀드 자금모집도 순항 중이다. 투자 실탄 장전을 마치면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뚜렷한 장점인 스케일업(scale-up) 기업 선별 역량을 발휘,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선별해 자금 공급에 매진할 예정이다.
이 이사는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기본적인 투자 방향은 투자금을 받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계획과 기반을 갖춘 곳을 골라내는 것”이라며 “스케일업 기업을 제대로 보려면 투자유치 계획서를 넘어 해당 기업의 운영 과정과 현금 흐름, 재정적 안정성과 시설 확장 계획 등의 현실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제일 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사모펀드(PEF)나 벤처펀드의 지분을 매입하는 세컨더리 투자에도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이 이사는 세컨더리에서 GP 유형별로 유연한 검토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다. 증권사와 은행 등 다양한 업계를 거친 이력 덕분이다. 지난 2022년 초 분리되기 전까지 PE·VC가 함께 있는 하우스였던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특성도 다양한 규모의 딜 검토를 뒷받침할 배경이 된다는 평가다.
이 이사는 “펀드 청산이 막혀 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LP도 많고, 청산을 원하는 GP가 적지 않은 실정”이라며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강점이 스케일업 투자인 만큼 세컨더리 딜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우량 딜을 골라 투자할 예정이다. 여의도와 강남을 오간 이력이 도움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올해 주 관심 투자 분야 중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에서 눈여겨볼 테마로 반도체와 2차전지를 꼽았다.
그는 “인공지능(AI)이나 여러 테마가 거론 되지만 시장에 나오는 트렌드의 기반에 깔려있는 기저 수요를 보는 게 중요하다. 바로 그 기저수요의 핵심 업종이 우상향 한다”며 “따라서 올해도 투자 측면에서 반도체 계속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고, 신산업 중 2차 전지도 계속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