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클리닉]콩팥 환자 생명줄인 '혈관통로'... 전문상담. 협진으로 철저하게 관리

이순용 기자I 2023.06.21 07:13:35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투석 혈관센터 박훈석 신장내과 교수
콩팥은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회복과 재생이 어려워
평상시 콩팥 기능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이 관리가 매우 중요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만성 콩팥(신장)병 진료 환자 수와 진료비가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인구와 고혈압, 당뇨병 환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콩팥 손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기능이 계속 떨어지면 ‘만성콩팥병’에 이르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 가능성이 높아져 70대 이상에서는 16%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또 말기신부전으로 투석을 받는 환자의 과반수는 65세 이상 연령층이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고령층 만성콩팥병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구체 여과율이 5-10% 아래로 떨어지게 되면 신장을 대체하는 신 대체요법이 필요하다.

◇ 투석속도 견딜수 있는 혈관 만들어야

신 대체요법을 통해 체내의 요독을 제거하고 수분, 전해질의 불균형을 개선하며 부종을 조절하게 된다. 신 대체요법은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이다. 신장이식이 가장 효과적이나, 이식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복막투석의 경우 환자 본인이 집에서 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지 않지만, 복막도관을 갖고 있어야 하고 복막염 발생도 흔하다.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신 대체요법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에 해당되고, 신 대체요법을 필요로 하는 80세 이상의 환자들 수도 적지 않아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 대체요법은 혈액투석이다. 주 3회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대사장애를 빠르게 교정할 수 있다.

혈액투석을 위해서는 혈액투석 혈관 통로(동정맥루)를 만드는 수술을 미리 받아야 한다. 혈액투석 환자에게 투석혈관은 생명줄과 같다. 혈액투석을 위한 혈관 통로에는 도관(카테터), 인조혈관 동정맥루, 자가혈관 동정맥루의 3종류가 있다.

혈액투석은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내 투석기 필터로 노폐물을 걸러낸 뒤 다시 체내에 주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 번에 4시간 정도, 주 3회 시행한다. 투석 시 환자의 혈액이 1분에 200~300 ㎖의 속도로 투석막 내에 들어오기 때문에 이 속도를 견딜 수 있는 혈관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혈관 수술은 자가 혈관을 이용할 수도 있고, 자가 혈관의 정맥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인조 혈관을 사용한다. 혈액 투석 치료 시작 전에 동정맥루 수술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목과 어깨 사이에 혈액투석용 도관을 삽입하여 임시로 혈액 투석 치료를 하게 된다.

도관은 혈액투석을 단기간 받는 급성 신부전 환자들에게서 사용되고, 만성 신부전의 경우 인조혈관이나 자가혈관 동정맥루가 수술 후 시간이 얼마 안 되어 혈액투석에 아직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 임시로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나, 최근 들어 85세 또는 90세 이상의 초고령 혈액투석 환자들의 경우에는 일차적인 혈액투석 혈관 통로로 도관을 권고하기도 한다.

혈액투석 혈관 통로는 혈액투석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혈액투석 환자들의 안정적인 혈액투석 생활을 위해서 혈액투석 혈관 통로를 정기 검사받고, 필요 시 늦지 않게 치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투석혈관 중 자가혈관은 혈관이 박동하듯이 움직이거나 혈관 떨림이 약하거나 바늘을 찌르기 어렵고 지혈이 어려운 신호를 미리 보인다. 인조혈관은 신호 없이 갑자기 혈관이 막히기도 하기 때문에 투석 중 물, 차, 국물처럼 몸무게를 늘릴 수 있는 음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투석혈관 몸과 밖을 연결하는 통로로, 이 부위 감염은 자칫 균이 온 몸으로 퍼지는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인조혈관은 감염에 더 취약하므로, 평소 투석혈관 팔은 비누로 씻는 등 감염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 당일 치료후 혈액투석 ‘원스톱 서비스’

계속되는 혈액투석은 정맥벽이 상처를 입으면 정맥이 좁아 지고 혈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혈관이 좁아지면 압력이 올라가 동맥류가 생기기도 한다. 혈관 협착, 폐쇄, 혈전 등 여러 합병증이 발병하면 투석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투석 기간 동안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투석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면 혈관치료인 인터벤션 중재시술로 치료한다. 혈관에 작은 통로를 만들어 놓고 그곳에 풍선이나 스텐트를 넣어 투석혈관의 문제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서울성모병원은 혈액투석 혈관 통로의 정기적인 관리 및 점검만을 위해 조직된 ‘혈액투석 혈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혈액투석 혈관센터는 혈액투석 혈관 통로만을 전문 상담하는 코디네이터 2명을 두고 있으며, 혈액투석 혈관 통로에 경험이 많고, 학문적으로 우수한 중재 신장내과, 인터벤션 영상의학과, 혈관외과 의료진이 다학제 협진 진료를 하고 있다. 서울성모 혈액투석 혈관센터는 병원 내 투석실 옆에 있으며 상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어, 즉각적인 당일 치료 후 혈액투석을 받고 퇴원하는 원스톱 서비스까지 상시 이루어지고 있다.

신장내과 박훈석 교수는 “혈압, 혈당 등 만성 질환만 관리하다 콩팥 문제가 심각해진 다음에야 늦게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콩팥은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비가역적 손상으로 회복과 재생이 어려우므로, 평상시 콩팥 기능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이 관리가 중요”라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혈액투석 혈관 통로는 혈액투석에 필수요소인데, 고령과 당뇨병성 혈액투석 환자에서 혈액투석 혈관 통로 문제는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며, 이러한 환자는 효율적인 투석을 방해하거나 아예 투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혈액투석 혈관 통로 치료를 전담하는 병원 방문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투석 혈관센터 박훈석(신장내과)교수(오른쪽)가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만성 콩팥(신장)병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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