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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7년 11월 스위스 로슈의 ‘헴리브라’(성분명 에미시주맙)를 이전 치료에 내성이 생긴 A형 혈우병 치료제로 승인됐다. FDA는 이듬해 4월 해당 환자의 1차 치료제로 헴리브라를 추가 승인했고, 현재는 사실상 표준치료제로 한국을 비롯한 100여개국에서 널리 쓰인다.
혈우병은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선천성, 유전성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 응고인자(피를 굳게 하는 물질)가 부족하게 될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크게 A형과 B형 혈우병으로 나뉜다.
A형 혈우병은 현재까지 알려진 12가지 혈액응고 인자 중 8번(Ⅷ) 혈액응고 인자가 부족할 때 발병한다. B형 혈우병은 9번(Ⅸ) 혈액응고 인자가 부족할 때 나타난다.
로슈의 자회사인 일본 쥬가이제약이 개발한 헴리브라는 8번 혈액 응고 인자의 작용기전을 모방해, 활성화된 9번 및 10번 혈액응고인자와 동시에 결합하는 유전자재조합 기반 이중특이항체 신약이다. 헴리브라는 허가 당시 1주당 1회씩 피하주사로 허가된 최초의 A형 혈우병 치료제 였다. 헴리브라 등장 이전에 혈우병 치료제들은 매주 2~3회씩 정맥주사해야 했었다.
로슈에 따르면 헴리브라의 지난해 매출은 38억2300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4조9737억원)이며, 전년(30억 2200만 스위스프랑) 대비 약 27%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2019년에 허가돼, JW중외제약(001060)이 판매하고 있다.
JW중외제약에 따르면 국내에서 GC녹십자(006280)의 비항체성 A형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 등 4등에 밀려 2022년 5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헴리브라가 국내 시장에서도 3~4년 내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A형 혈우병 대상 항체 약물 중 헴리브라는 국내 출시 3년만에 43.3%을 차지했다.
세계 혈우병 시장은 약 17조원, 이중 국내 시장은 약 23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A형 혈우병 환자가 B형 혈우병보다 5~8배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A형 혈우병의 시장 비중이 크다. 실제로 A형 혈우병 시장은 세계적으로 13~14조원, 국내 시장도 1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다 일부 차이가 있지만 약 5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헴리브라가 이같은 A형 혈우병 시장에서 25~3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입지를 확고하게 굳힌 상황이다.
다만 최근에는 A형 또는 B형 혈우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가 주요국에서 속속 허가를 획득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마린이 개발한 최초의 A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록타비안’(성분명 발록토코진 록사파보벡)도 지난해 6월 EMA로부터 조건부 승인받았다. 이 약물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심사 관련 결론도 내달 말일까지 나올 예정이다.
이밖에 호주 CSL베링과 유니큐어가 공동 개발한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헴제닉스’(성분명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보벡)가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됐다. 고가의 유전자 치료제가 기존 치료제와 경쟁하며 혈우병 시장을 잠식할지,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새로운 세부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를 낳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