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은행 금리가 너무 낮아 저축을 해도 이득이 별로 없잖아요. 저를 포함해 제 또래 친구들은 거의 다 주식 투자를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경제 분야를 잘 몰랐는데 최근에는 틈틈이 경제 지식이나 주식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취업준비생 김주원(27·여)씨>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던 주식 열풍이 연초에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식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20대까지 주식투자에 동참하면서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 ‘동학개미(동학농민운동+개미투자자)’와 같은 신조어가 등장한 데 이어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장이 열리는 9시만 되면 다들 상사 눈을 피해 증시를 확인하러 화장실로 사라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20대 투자자들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이 하나의 원인”이라며 “빚투와 같은 과도한 투자는 신용 불량자 급증 등의 여러 사회적 불안·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직장인부터 취준생·대학생까지...“주식은 생존”
지난 18일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6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성인 3명 중 2명(67.7%)은 주식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응답자 중 주식 투자 경험이 있는 이들은 42.9%로 절반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한 것.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였지만 경제활동 참여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연령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직장인 A(26·여)씨는 “주변에 거의 절반은 주식 투자를 하는 것 같다"며 "주식 거래를 하기 쉽게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가 발전한 것도 투자 열풍이 확산한 하나의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의 열풍은 대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민수(25?남)씨는 “젊은 세대들이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생존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주식 공부를 시작한 김씨는 주식 투자 정보를 기록하는 블로그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주식 투자의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와 높은 부동산 가격”이라며 “월급 200만원을 받아 100만원씩 10년동안 저금하더라도 1억2000만원 남짓밖에 모으지 못한다. 요즘 이 돈으로 지방에 집 하나 장만하기 힘들지 않냐”고 호소했다.
지난 1월부터 주식에 입문했다는 취업준비생 손영수(28·남)씨도 “월급만으로는 결혼비용과 집값을 해결하기 어렵지 않느냐"며 "주식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인터넷에서 주가가 오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해 들어서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증시를 확인하는 편”이라며 “아직은 투자 초창기라 일상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고 느낀 적은 없지만 주가 확인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것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너도나도 주식 투자...‘포모증후군’ 오기도
주식 투자 열풍 속에서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 증상을 의미하는 ‘포모증후군’을 고백하는 이들도 있다.
취준생 김주원(27·여)씨는 “주변에서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소외감을 느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달부터 주식 투자에 입문한 김씨는 “시작하기 전에는 주변과 달리 나만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며 “지금부터 주식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소액으로라도 주식 시장에 익숙해지는 게 필요하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불안정한 주식 시장에 경제적 타격뿐 아니라 심리적인 타격도 받게 된다고 말한다.
김씨는 “처음에는 수익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막상 시작하니 주가 변동에 따라 심리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는 건 사실”이라며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기분이 들어 요즘에는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투자 과열...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가들은 20대들이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이유를 한국 사회의 복합적인 경제·사회적 원인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이 주식 열풍에 일조했다”며 “팬데믹으로 인해 주식 시장이 출렁이면서 이를 기회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한국 사회에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있는 것도 주식 열풍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사회적으로 물질적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라며 “이러한 경제적·사회적 원인이 맞물려 주식 투자 열풍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교수는 투자 과열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 불안을 우려했다.
그는 “일반적인 주식 시장의 흐름으로 본다면 현재는 버블 단계"라며 "질서 있는 후퇴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경우에 따라 여러 사회적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용 불량자 증가, 세대 간의 갈등 등의 문제가 발생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정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