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한창 토지 투자를 하러 다니던 시절에 중개사가 “이곳은 접도구역으로 표시돼 있어도 소유자의 토지라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깜짝 놀라 “접도구역은 건축행위를 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오히려 중개인은 “당신이 뭘 아느냐”며 면박을 준 일이 있었다. 물론 나는 그 공동투자에 투자하지 않았지만 너무나 당당한 중개사의 말에 내 지식이 잘못됐는지 확인해봤다.
결론은 나의 지식이 맞았다. 접도구역으로 지정되면 이 지정 부분 외의 지역에서만 건축이 가능하다. 만약 건축을 하게 되더라도 접도구역은 보통 주차장과 같이 개발행위가 아닌 용도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접도구역이 속한 땅을 구매할 때 접도구역으로 지정된 만큼은 정상가에서 차감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번 대전에서 세미나를 진행했다. 카페 세미나에서는 몇 가지 퀴즈를 내면서 참석자들의 생각을 넓히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퀴즈 시간에 ‘접도구역’에 대한 이점을 설명하던 나에게 한 회원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는 2차선 도로변에 330㎡(100평) 정도 되는 땅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단순 투자용으로 땅을 구입하다 보니 접도구역이 있는 땅을 매입했다고 한다. 막상 구입하고 5년 정도가 지나 주변 시세가 두 배정도 올라 땅을 내놓았는데, 어째서인지 자신의 땅만 거래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딱한 사정을 듣고 함께 땅을 분석해보니 안타깝게도 긔의 땅 중 절반이 접도구역에 닿아 있어 건축행위도 하기 힘들었다. 나는 가지고 있어도 돈이 되지 못한다고 회원에게 말해주었고,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했던 가격 그대로 되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4년 9월부터 정부는 이 접도구역의 규제를 어느 정도 풀었다. 기존 고속도로 양쪽 20m에 달하는 접도구역을 10m로 확 줄인 것이다. 이로써 여의도의 18배에 달하는 면적이 규제에서 벗어났다. 고속도로변 접도구역을 소유하고 있던 많은 지주들에게 희소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