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전국 매장수는 1100여개. 이곳에서 1만30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커피를 내리고 매장을 관리한다. 그들이 응대하는 고객 수는 하루 50만 명. 매일 전쟁 같은 하루가 반복되지만 그들은 항상 웃는 얼굴로 고객을 대한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소공로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이하 스타벅스) 본사에서 특이한 이력의 매장 관리 직원 8명을 만났다. 스타벅스에서 꿈을 이룬 사람들이다. 그들 가운데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도, 한때 ‘경단녀(경력단절여성)’로 불린 여성도 있었다. 쉰이 넘은 나이에 직급체계가 가장 낮은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3세 어린 나이에 열 명 남짓한 점원들을 관리·감독하는 앳된 점장도 보였다.
그들은 일은 힘들지만 떠나면 그리운 곳이 바로 스타벅스라고 말한다. 그만큼 매력적인 근무지라는 것이다. 그들에게선 ‘나는 스벅인이다’라는 자부심도 느껴졌다.
김하진(30) 신세계백화점 본점 점장이 대표적인 ‘연어’다. 그는 2007년 대학 새내기 때 스타벅스와 처음 연을 맺었다. 아르바이트 삼아 시작한 일을 3년이나 했다. 당시 그의 꿈은 교사였다. 김 점장은 “학생들 가르치는 게 좋기도 했지만 임용고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그만둔 적이 있다”며 “하지만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를 만들고 고객을 만나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잊히지 않아 결국 임용고시를 포기하고 2010년 재입사를 하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 점장은 스타벅스에 복귀해 평생의 인연을 만나기도 했다. 첫 매장에서 바리스타와 부 점장으로 만난 박진서(37) 더 종로점 점장과 2015년 연인 관계로 발전해 이듬해인 2016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스타벅스는 김 점장과 같은 연어의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2013년부터 ‘리턴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리턴맘 제도는 출산이나 육아 등의 이유로 퇴사했던 점장 및 부점장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재고용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113명이 리턴맘 제도를 통해 재입사 했다. 리턴맘으로 복귀한 직원은 하루 4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하며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풀 근무(1일 8시간)로 변경할 수 있다.
지난해 100번째 리턴맘으로 매장에 복귀한 박선화(40) 일산 탄현점 부점장은 “다시 일을 시작하고 주변의 부러움을 많이 샀다”며 “주말이면 남편이 딸아이 손을 잡고 매장에 오는데, 아이에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2007년 임신으로 퇴사를 했다. 10년 만에 다니던 회사에 복귀한 것으로, 그 자신도 재입사가 가능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늦은 나이에 가정주부에서 바리스타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직원도 있다. 배연주(52) 하남미시점 바리스타는 지난 2005년 스타벅스에 입사했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아홉 살이었다. 배 바리스타는 “당시 매장에 붙어 있던 모집공고를 보고 점장에게 ‘나이 많은 사람도 뽑느냐’고 물어보니 ‘상관없다’고 해서 지원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배 바리스타는 자신을 뽑아준 점장에게 아직도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스타벅스 바리스타 가운데 최고령인 그는 가정생활과 병행을 위해 바리스타를 고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리스타는 하루 5시간만 근무하기 때문이다. 배 바리스타는 “중요한 수술을 끝내고 일이 하고 싶어서 일주일 만에 매장에 출근한 적도 있다”며 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목표가 하나 생겼다. 바리스타로 정년퇴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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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수퍼바이저는 특성화고를 다니다 스타벅스의 진로교육 재능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스타벅스 입사를 결정했다. 체험 위주의 교육 내용에 깊은 감명을 받아 바리스타로 시작해 수퍼바이저, 점장을 목표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정 수퍼바이저는 “가능한 한 오래 다니고 싶은 직장”이라며 스타벅스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스타벅스는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 통로 역할도 한다. 전담직원까지 두며 장애인 고용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그들이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회사의 배려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최예나 수퍼바이저(26, 건대스타시티점)는 지난해 스타벅스가 진행한 ‘장애인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최 수퍼바이저가 스타벅스와 연을 맺은 과정은 특이하다. 개인 커피숍에서 일을 하다가 사장이 스타벅스에서 잠시 일을 배우고 오라고 해서 지원한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당초 6개월만 일을 하려고 했는데 어느덧 3년째 근무하고 있다”며 웃었다.
아울러 전은지 바리스타(30, 광주쌍암점)는 전체 직원 가운데 10명가량만 선발하는 인센티브 트립에 선정돼 스타벅스 1호점이 위치한 시애틀 본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인센티브 트립은 매장 직원 가운데 실적 상위 0.1% 안에 들어야 선정될 수 있다. 전 바리스타의 다음 목표는 한 단계 직급이 높은 수퍼바이저다. 듣는 것과 말하는 것이 불편한 그는 수화로 “요즘은 쉬는 날마다 수퍼바이저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8명의 직원들은 주변에 스타벅스 입사 추천을 자주 한다고 했다. 자신의 일은 물론 직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스타벅스 직원 중에는 형제, 자매, 사촌, 친구 등 관계가 특히 많다”며 “가족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이유 중의 하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