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2월 생활고로 자살한 송파 세모녀는 월세 50만원의 반지하 단칸방에 살았다. 지병을 앓아온 딸들과 실직한 어머니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대상이 아니란 이유로 정부 지원밖에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실소득이 전혀 없었지만 성인 추정소득과 월세 보증금 등을 이유로 매달 5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했다.
현행 건강보험 시스템은 지난 2003년 마련됐다. ‘없는 사람이 보험료를 더 내는’ 기이한 구조가 10여년 넘게 계속되고 있지만 개선안 마련은 여전히 요원하다. 한해 건보료 관련 불만 민원이 6700만건이 넘게 쏟아지고 있지만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시뮬레이션 작업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5년간 직장가입 허위취득 8386건 달해
현행 건강보험은 지역가입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게 적용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령 정년 등의 사유로 은퇴한 자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이후 일정한 근로소득이 없어도 부동산 등 재산이나 전월세금액, 자동차 보유여부, 성별, 연령, 나이 등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한다. 건보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전체 지역가입자 중 70%에 해당하는 90만 8000세대는 월 보험료가 5만원 이하였다. 보험료 체납 가구 중 상당수는 별도의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상당한 금융소득을 가진 고액자산가나 높은 연금을 받으면서도 직장인 가족의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건보료를 한푼도 내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올 6월 현재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돼 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람은 총 2050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40%에 달한다.
건보료를 적게 내기 위해 억대 자산가가 허위 직장가입자로 둔갑해 눈속임을 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격 허위취득자 적발 건수는 총 8386건에 달했다. 직장가입자 허위 취득으로 인한 환수금액은 5년간 총 293억 2500만원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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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7월 정부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발족해 1년 6개월 넘게 개선책을 검토했다. 이후 지난해 1월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연말정산 파동으로 인해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한 상황에서 일부 고소득층의 반발이 겹치자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선안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후 현재까지 건보 부과체계 개편안 추진 동력을 잃고 표류 중이다.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정부가 표심을 의식해서는 제도를 미룬다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순차적이라도 개선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민주, 소득 단일기준 개정안 발의
여소야대로 정치 지형이 변화하면서 정치권에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7월 발의했다. 현재 직장가입자, 지역가입자,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등으로 구분된 현행 부과체계를 폐지하고, 소득을 단일 기준으로 삼아 건보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한 그동안 일부 소득에만 부과하거나 아예 부과하지 않았던 보수외 소득인 종합과세소득를 비롯해 퇴직·양도·상속·증여소득 등에도 100% 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반면 소득과 무관한 재산, 자동차, 가족구성원에 따라 부과하는 보험료는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소관부처인 복지부와 여당이 개선안 마련에 소극적이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조원준 더민주 정책위원은 “올해 안에는 개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부 및 여당과의 이견 등으로 시간이 좀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직장인, 지역 가입자로 나눠 있는 등 현행 복잡한 체계를 단순화할 필요는 있지만 한꺼번에 소득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안으로 개편하는 것은 힘들 수 있다”며 “이번에는 자동차만 재산 항목에서 없애는 등 차근차근 재산 비중을 줄이고 소득 비중을 늘려 10년쯤 후엔 소득에만 부과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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