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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다리의 맛은"…중국의 공습 하이디라오, 인기 심상찮네[먹어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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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I 2025.11.23 09:16:49

120번 대기 끝 입장…놀이공원 닮은 외식 체험
토마토탕·개구리 다리·소스바까지 ‘본토’ 그대로
중국 브랜드의 원형 고수 전략, MZ세대 통했다
탕후루에 훠궈까지…커지는 중국 외식 브랜드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SNS에서 화제를 모은 ‘개구리 다리’ 메뉴. 토마토탕·마라탕·삼계탕 국물에 각기 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금요일 저녁, 하이디라오 영등포점은 마치 놀이공원에 가까운 열기로 가득했다. 앞서 미리 오후 5시30분 캐치테이블에 웨이팅을 걸자 대기번호는 무려 120번. 40번대로 떨어진 오후 8시30분 매장을 찾았고, 실제 입장은 밤 9시를 넘겼다. 입구에는 수십명이 줄을 서 있었고, 스낵바·사탕·휴대폰 클리너가 비치돼 길어진 대기 시간을 견뎌냈다. 직원들은 계속 오가며 간식과 소품을 빠짐없이 채워 넣었다.

하이디라오는 중국식 훠궈를 앞세워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외식 브랜드다. 색다른 재료와 수십 가지 소스 조합은 SNS에서 하이디라오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직원의 친절한 응대, 퍼포먼스 서비스까지 더해져 현지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이날도 중국인 손님이 있었지만 절반 이상은 한국인이었고, 각자 취향대로 이국적인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이날 주문한 육수는 토마토탕, 마라탕, 삼계탕 세 가지였다. 각기 다른 맛의 국물에 재료를 나눠 넣어보는 것도 하이디라오의 묘미다. 소스바에는 고수, 고추기름, 다진 마늘 등 수십 가지 소스가 진열돼 있었고, 손님들은 ‘인생 조합’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조합법을 검색하거나 취향대로 조합을 담아갔다. 테이블엔 소고기와 채소, 두유피 튀김, 만두류 등 주문한 재료들이 차례로 도착했다.

금요일 저녁, 하이디라오 영등포점 대기석 전경. 입장까지 평균 3시간, 놀이공원급 웨이팅을 방불케 한다. (사진=한전진 기자)
하이디라오에서 주문한 훠궈 구성과 개구리 다리 메뉴. (사진=한전진 기자)
그중에서도 가장 궁금한 것은 ‘개구리 다리’였다. SNS에서 화제가 된 이 메뉴는 가격 7900원으로, 손질된 다리 세 개가 접시에 담겨 나왔다. 처음엔 낯선 비주얼에 젓가락이 망설여졌지만, 익히는 동안 특별한 냄새도 나지 않았고 국물에 담가 한입 베어물었을 땐 오히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닭고기와 생선살의 중간쯤 되는 식감이다. 의외로 거부감은 크지 않았다. 토마토탕에 넣으면 새큼함이 더해져 부드럽고, 마라탕에 넣으면 향신료가 입안을 강하게 감싸며 전혀 다른 풍미를 만들었다.

국물에 따라 재료의 맛은 확연히 달랐다. 마라탕은 1단계를 골랐음에도 향이 강해 오래 먹기엔 다소 부담스러웠고, 삼계탕은 지나치게 느끼해 활용도가 낮았다. 반면 토마토탕은 의외의 반전이었다. 상큼하고 감칠맛이 살아 있어 다양한 재료와 조화가 좋았고, 세 가지 국물 중 손이 가장 많이 갔다.

다만 가격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2인 기준 총 8만 600원이 나왔고, 기본 육수만 해도 2만 5000원이다. 나머지 재료는 전부 별도라 고기와 채소를 넉넉히 즐기다 보면 금세 비용이 불어난다. 국내 샤브샤브 무한리필 매장과 비교하면 구성 대비 가격이 확실히 높은 편이다. 대기 시간 동안 제공된 스낵이나 직원들의 적극적인 서비스도 결국엔 모두 가격에 포함된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디라오의 태블릿 메뉴판. (사진=한전진 기자)
수십 가지 재료가 마련된 하이디라오 소스바. 손님들이 각자만의 ‘인생 소스 조합’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사진=한전진 기자)
소스바와 매장 위생 상태는 깔끔했다. 다만 손님 밀도가 높고 테이블마다 향신료 향이 퍼져, 음식 냄새가 옷에 배는 건 감수해야 했다. 그래도 특유의 파티 분위기는 분명 장점이었다. 생일 축하 등 시그니처 퍼포먼스도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전반적으로는 외식이라기보다 이벤트형 체험에 가깝다. 그래서 세간에선 ‘훠궈가 먹고 싶은 게 아니라, 하이디라오에 가고 싶은 날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인상 깊은 점은 이처럼 하이디라오가 현지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낯선 재료와 향신료 중심의 국물, 테이블 퍼포먼스까지 중국 본토의 운영 방식이 거의 그대로 적용했다. 그럼에도 젊은 소비자들은 이를 부담스러워하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개구리 다리 같은 이색 메뉴마저 한번쯤은 먹어볼 만한 것으로 소비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하이디라오는 2014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2022년 413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781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전국 매장 수는 10여 개에 불과하지만, 이제 본격적인 확산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식업계에선 단순한 유행을 넘어 중국식 외식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 점차 스며들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탕후루 열풍 이후 훠궈의 대중화까지 이어지며 ‘중국의 외식 공습’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하이디라오 영등포점의 시그니처 퍼포먼스인 생일 축하 이벤트. 직원들이 직접 피켓과 노래로 분위기를 띄운다.(사진=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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