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는 국내 연구·개발·생산(ODM) 업체로 ‘K뷰티의 심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지난해 국내 뷰티 ODM 업계 최초로 ‘2억불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K뷰티 수출 확대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이번에 방문한 평택 2공장은 지난해 1월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해 파우더, 립글로즈 등의 색조 제품을 생산 중이다. 연간 생간능력은 3억 4000만개로 부지 규모만 1만 4466㎡(약 4376평)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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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2공장의 주력 제품은 파우더다. 파우더는 분말 형태의 색조 화장품이다. 색을 입혀 아이섀도우, 블러셔 등의 섀도우 제품으로 쓸 수도 있고, 피부 화장용 파우더로도 사용할 수 있다. 파우더를 활용한 액상 파운데이션을 스펀지에 흡수시켜 찍어바르는 용도의 쿠션 등으로 파생된다.
현장에서 만난 홍장욱 코스맥스 SCM부문장(전무)은 “국내 K뷰티 인디 브랜드용으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제품은 쿠션으로 모 고객사의 경우 월간 생산량이 200만개 이상”이라며 “일본, 미국 등으로 수출 범위가 커지면서 올해는 생산량이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파우더는 △원료 구매 △벌크 생산 △성형 △포장 △출하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날 찾은 평택 2공장엔 벌크를 생산할 수 있는 300ℓ 규모의 믹서(혼합기) 12개가 활발히 가동하고 있었다. 벌크란 1차 포장 이전 제조까지 끝낸 일종의 반제품으로, 이후 성형 등을 거치면 완제품이 된다.
파우더 제조 공정엔 직원 1명이 붙어 원료를 자체 혼합 기술을 통해 섞어 충전재 형태로 만들고 있었다. 이후 15mm 크기의 구멍이 여러 개 있는 알루미늄 판에 벌크를 넣어주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부터는 자동화 설비가 담당한다. 자동으로 알루미늄 판에 벌크를 투입하고 표면을 정리해주면 이후 기계가 압착까지 진행해 성형물을 제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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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포장 단계에선 비전 검사 설비가 자동으로 색상 등 불량을 점검해준다. 다만 라벨 부착 등 일부 포장 단계에선 인력들이 투입된다. 최종 포장 역시 로봇 그리퍼(손)가 자동으로 용기를 투입하고 박스 형태로 정리해준다.
김재훈 코스맥스 AI자동화팀 대리는 “과거 인력이 직접 했을땐 1분당 20개씩을 만들었고 색상 1개당 1명씩이 필요했는데 자동화 설비 도입 이후 생산 효율성이 대폭 늘었다”면서 “특히 최근 K뷰티 수출 확대로 물량이 급증하면서 1년새 생산 라인 확장도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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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K뷰티 누적 수출액은 10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대치였던 2021년 92억달러보다 10.9% 증가한 규모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 같은 K뷰티 진격의 근간엔 누구나 화장품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ODM사가 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161890) 같은 대형 ODM사의 탄탄한 처방·생산 기술력이 K뷰티 성장에 인프라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제조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기획력과 브랜드가 있는 인디 브랜드들이 대거 해외로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스맥스의 국내 생산을 총괄하는 홍 부문장은 “지난해 고객사 매출 상위 20위권 중 절반이 인디 브랜드”라며 “과거엔 상위 매출 20위 내에 인디 브랜드는 2~3개에 불과했지만 최근 2년새 빠르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기술이 양산 제품에 얼마나 빨리 적용되는지도 관건이다. 코스맥스의 경우엔 연구 단계의 안정성 점검 과정을 제외하면 양산시 신기술이 적용되는 시간은 약 한 달에 불과하다. 홍 부문장은 “K뷰티의 성공은 빠른 속도와 안정성에 있다”며 “우리 같은 ODM사가 이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 K뷰티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뷰티 시장 동향에 맞게 브랜드의 소규모 테스트 생산도 가능하다. 실제 최근 인기를 끄는 A고객사의 경우 다른 영역의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테스트매장을 운영했는데 코스맥스는 이곳에 사용된 100~200개 수준의 소량 생산을 맡았다. 홍 부문장은 “소량이거나 특이 소재를 사용하는 등의 다양한 고객사 요구 사항을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 트렌드를 쫓아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뷰티 ODM 업계에선 K뷰티의 인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능 중심인 미국 등 해외 뷰티 업계와 달리 K뷰티는 개발 속도, ODM 기술력, 새로운 제형, 브랜드 디자인 강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기 흥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단계인 만큼 향후 K뷰티가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은 오히려 더 크다는 기대도 나온다.
홍 부문장은 “K뷰티가 K컬쳐에 단순히 편승한 것이 아니라 (ODM사를 통해) 진입장벽이 낮아지자 브랜드들이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며 관심을 이끌어낸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K뷰티 점유율은 높지 않아 갈 길은 멀다.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더 활발한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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