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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뱅, 주담대 대신 개인사업자 대출 힘준다

최정훈 기자I 2024.08.14 06:00:00

인터넷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1년 만에 1.5조원 증가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성장 활로 막히자 대안 급부상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경쟁 활활…연체율 관리 ‘관건’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이 거세지면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위주의 성장이 막힌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건전성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조 89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2조 3373억원) 66.7%(1조 5593억원) 늘어난 액수다.

개인사업자 대출 급증을 이끈 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개인사업자 대출은 1조 148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478억원)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케이뱅크도 지난해 1분기 3436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 491억원으로 증가세가 3배를 넘겼다. 토스뱅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1조 6994억원으로 가장 많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1조 7359억원)과 비교해 2.1% 감소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빠르게 늘린 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의 영향이 크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전월 대비 5조 5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전월(5조 9000억원) 수준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인터넷전문은행도 가계대출 증가세의 덕을 봤다. 지난 1월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개시 이후 인터넷은행 업권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가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순익이 각각 2314억원과 854억원으로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들의 주담대 위주 성장을 불편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지난 5월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자산 성장을 위해 대환을 통해 다른 은행 고객을 뺏어오고 있다”며 “다른 은행에서 심사해놓고 이자 잘 내고 있는 대출을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뺏어오는 방식의 영업은 혁신, 포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거세진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출 증가가 어려워진 인터넷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로 눈을 돌렸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2분기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을 1조 4000억원으로 전 분기(1조 1000억원)보다 3000억원 늘리며 하반기에도 집중 성장시킬 것이라 발표하기도 했다.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은 450조원이나 되는 큰 시장”이라며 “올해 말잔 기준으로 약 2조원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도 하반기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개인사업자 대출상품으로 ‘사장님 보증서대출’과 ‘사장님 신용대출’을 운영하고 있다. 올 5월에는 개인사업자 전용 입출금통장인 ‘사장님통장’, 이달엔 인터넷은행 최초로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을 출시하며 소상공인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토스뱅크도 개인사업자 고객이 신용보증기금 보증 대출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이지원 보증대출’을 5일 출시했다. 개업일로부터 1년 이상 사업을 영위한 개인사업자가 대상이며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담보로 한다. 또 대출 신청부터 서류제출, 보증서 발급, 대출약정과 실행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토스뱅크 앱에서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주담대에 비해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 관리가 어렵다는 건 우려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 말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54%로 전분기 말(0.48%)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2년 12월(0.64%) 이후 최고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기업대출이기 때문에 대출 자금 용도 확인과 실사의 필요성, 다양한 형태의 담보물 등 가계대출과 달리 상품화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며 “대출 상품 취급에 노하우가 필요한 만큼 대출잔액을 급하게 늘리면 단기간 연체율이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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