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지뢰밭에 목숨을 걸고 뛰어들었던 6·25 참전 유공자는 매달 들어오는 ‘44만원’에 불과한 명예수당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 마저도 오른 것이라는 그의 말에는 표현하기 힘든 애환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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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유공자인 강용배(89) 대한민국 6·25 참전 유공자회 영등포구지회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6월 25일 오전 10시쯤 비행기 3-4대가 영등포구 길 한복판에 맥주병처럼 생긴 폭탄을 떨어뜨렸다며 그 당시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언제 폭탄이 떨어지고 지뢰가 터질지 모르는 두려움을 안고 부산에서부터 최전방을 오갔다는 그는 “나라를 위해 일했는데 돌아온 건 고작 44만원”이라며 “1989년에 정년퇴직한 이후 수입이 전혀 없는데, 수입이 없으니 웬만하면 버스를 안 타고 (무료 이용이 가능한)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참전 유공자인 강 지회장은 매달 국가보훈처에서 주는 생계지원수당 34만원과 서울시에서 주는 보훈예우수당 10만원을 받는다. 44만원은 올해 우리나라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 최저보장수준인 54만8349원(1인 가구 기준)보다 약 10만원 적은 액수다.
또한 캐나다의 경우 저소득층 참전제대군인에게 매달 2100달러(2014년 기준, 기혼의 경우)를 지급하고 있고, 미국 역시 군복무 중 발생 또는 악화한 부상이나 질병으로 상이를 갖게 된 제대군인에게 매년 평균 1만5000달러(2017년 기준)를 지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지원은 미비한 수준이다.
기초생활 수급자 대우라도 받고 싶다는 강 지회장은 “지금은 간신히 밥만 먹고 사는 정도”라며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지원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마찬가지로 전쟁 당시 최전방에서 싸운 참전유공자 유정순(91)씨는 “지금 일어날 수조차 없는 상태라며 1년에 한 번씩 참모총장이 주는 위로금 30만원에 의존한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6·25 참전 유공자회에 따르면 6·25 참전 유공자는 전국에 7만2151명이다. 매년 1만명씩 세상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에 대한 대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국가보훈처와 지자체가 주는 수당이 적어 입에 겨우 풀칠만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된 걱정이다.
지난 2018년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국가보훈대상자 중 참전유공자의 연간 평균 가구소득은 약 2846만원(한 달 약 237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5·18 민주유공자(4814만원)와 비교하면 약 2000만원의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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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유공자는 소득은 가장 적은 반면 6개월 이상 투병·투약을 하고 있는 만성질환을 겪고 있는 비중은 78.1%로 고엽제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의료서비스가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보훈병원 이외에 일반 병원 혜택이 없어 수당으로 메우는 것도 모자르다고 입을 모은다. 강 지회장은 “한 회원의 경우 전쟁 당시 포탄 파편에 맞아 머리뼈가 함몰됐는데,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한다”며 “하지만 의료 서비스 부족으로 제때 진료를 받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이병혁(91) 대한민국 6·25 참전 유공자회 구로구지회 수석부회장은 “나이가 많아 보훈병원 단골”이라고 소개하며 “보훈병원은 진료비와 약제비를 90% 할인해주지만 일반 병원은 혜택이 전혀 없어 환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홍균(90) 구로구지회장도 “나라를 위해 정말 열심히 싸웠다”며 “나라에서 돈 받는 대로 살 수밖에 없다. (최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예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참전 유공자들이 받고 있는 1인 가구 최저생활비도 채 안 되는 명예수당을 인상하고 의료·복지 서비스도 확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보훈에 해당하는 수당을 50만원 이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며 ”현재 보훈병원 혜택이 좋지만 (보훈병원이) 띄엄띄엄 있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들이 일반 병원에 가서도 의료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