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자를까 말까? 추천 좀“
’햄릿 증후군‘이 MZ세대의 하나의 특성으로 자리잡고 있다. 햄릿증후군이란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뒤로 미루거나 타인에게 결정을 맡겨버리는 소비자의 선택 장애 상황을 말한다.
MZ세대들이 최근 중요한 일뿐만 아니라 사소한 것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선택을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불특정다수에게 맡기는 선택
이들의 결정을 방해하는 고민거리는 심각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흰 옷을 살까? 검은 옷을 살까?’, ‘점심메뉴는 뭘로 정할까?’처럼 사소한 일상적 고민이 대부분이다.
스스로를 '결정 느림보'라고 칭하는 임지은(25·여)씨는 ”결정한 뒤에 후회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차라리 남들에게 물어보고 추천이 많은 결과를 선택한다“고 전했다.
윤예진(24·여)씨는 ”하나를 정하면 꼭 나머지도 좋아보인다“며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 더 좋은 선택이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에 다른 사람에게 묻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정 느림보들은 보다 쉬운 선택을 위해 온라인 공간을 활용하기도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토리 투표 기능이나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질문을 올리는 것. 주변인에게 곧바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점이 요즘 결정느림보들의 특징이다.
윤씨는 SNS 스토리 투표 기능을 종종 이용한다. 그는 "친구들한테 일일이 물어보기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차라리 게시물 하나로 여러명의 의견을 구할 수 있는 SNS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김모(20대 초반·여)씨는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필요하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주로 이용한다"고 언급했다.
"부끄럽진 않아" vs "줏대없는 행동"
결정 느림보들은 선택이 느린 스스로의 행동을 고치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이 결정 느림보임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다.
결정을 내리는 데 주저하는 자신의 성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도 않는 것이다.
임씨는 "주변 친구들을 봐도 결정을 한 번에 하는 친구를 찾기는 드물다"며 "그래서인지 너도나도 결정 느림보라고 자칭한다"고 전했다.
반대로 일부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최혜진씨는 "본인의 취향이 있을 텐데 결정을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면서 "선택이 느린 사람 때문에 일이 더디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모(29·남)씨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해야 할 텐데 그때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은 본인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결정에 앞서 주변인의 조언 정도는 구할 수 있지만 사소한 선택 정도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잘못된 선택에 끌려갈 수 있어...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 필요"
MZ세대의 이런 특징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결정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곽교수는 "과거에 물건이 많이 없거나 정보가 많지 않을 땐 고민거리도 많지 않았다"며 "선택지가 많을 때 오는 피로감이 크고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어 타인에게 선택을 의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정된 자아 정체감과 자신의 가치관을 만들 기회가 점차 없어지는 것이 문제"라며 "타인의 선택이 옳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뭘 좋아하고 어떤 걸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