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강의 ‘오늘의 원픽’ : ‘인더스토리’ 5강 유(油)
오바마, 2012년부터 셰일 가스 개발 천명
미국 에너지 패권 탈환에 러시아·사우디 석유 감산
산유국들, 기후변화 이슈 막아내는 것이 숙제
| 셰일 가스 진흥 정책을 밝히는 버락 오바마 전(前) 미국 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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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정윤철 PD, 정리=김무연 기자] “셰일 가스를 안전하게 개발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 미국은 100년간 공급할 수 있는 석유 자원이 있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두 교서를 통해 셰일 가스 개발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셰일 가스란 퇴적암인 혈암(頁巖)이 형성하는 지층에 포함되어 있는 천연가스나 석유를 뜻한다.
셰일 가스의 등장으로 미국은 자원 패권국의 위상을 되찾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내리막길을 걷던 미국의 석유생산량은 이를 기점으로 급속하게 증가해 석유 생산량 1, 2위인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를 위협하기에 이른다.
셰일 가스의 등장은 국가 경제를 석유에 의존하던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에 큰 위기로 다가왔다. 결국 두 국가는 2016년부터 이어온 협력 관계를 깨고 지난 3월 석유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로 유가가 떨어지는 와중에 최대 산유국 두 곳이 증산에 나서자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석유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 석유 시장에서 자원 패권을 다투고 있는 3국의 지도자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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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이 물러설 가능성은 낮다. 자원 패권이 걸린 국제 역학의 문제인데다 미국에게는 기축통화인 ‘달러’라는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재선을 위해서라도 셰일 가스 산업을 지켜야만 하는 상황이다.
임규태 박사는 석유 시장에서의 치킨 게임은 예견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석유산업의 흥망은 단순한 수급불균형 문제가 아니라 패권 문제와 직결되므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미국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모두가 공멸하는 결과보다는 어느 정도 선에서 휴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지난달 감산에 합의했다.
석유산업은 이제 기후변화라는 공동의 과제를 안고 있다. 석유산업이 흔들리면 산유국들이 보유한 세계 시장에서의 지위가 흔들린다. 기후변화를 이유로 석유산업을 공격할 국제 정치적 유인이 충분하단 설명이다. 임 박사는 “더 이상 산유국들끼리 싸울 상황이 아니다”면서 “기후변화 어젠다를 막아내는 것이 석유 산업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 임규태 박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인더스토리’ 유(油·기름) 편을 강의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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