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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신정현 씨가 도의원에 출마하겠다고 하자 주변사람들은 돈 얘기부터 꺼냈다. 선거를 치르려면 돈이 필요한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냐는 질문이었다. 올해로 서른여섯. “1억원을 가진 청년이 얼마나 되겠냐”고 따져묻던 그는 고민에 빠졌다.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신 씨의 눈에 ‘정치인 펀드’가 들어왔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펀드가 쏟아지고 있다. 정당·지역·금액도 다양하다. 창원시장에 도전장을 낸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연 3.6%짜리 ‘허성무 펀드’를 추가 모집하기로 했다. 목표금액은 1억원이다. 박정오 자유한국당 성남시장 예비후보는 ‘박정오의 NEW! 성남 성공펀드’를 띄우고 연 3% 이자율로 3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 김건우 바른미래당 중구 구의원 예비후보는 연 2% 이자율로 2500여만원을 조달했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정치인 펀드를 띄우는 이유는 자금조달이 비교적 간편하고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한 후보에게 선거비용 전액(10%이상은 반액)을 보전해주는데 이를 근거로 지지자들에게 돈을 빌려 선거를 치르는 방식이다. 일종의 개인대출이어서 이자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부담도 적다. 특히 후원회를 둘 수 없는 기초·광역의원 후보들에겐 단비 같은 존재다.
절차는 다소 복잡하다. 후보자와 펀드 참여자 간 차용증을 주고받는 개인 간 대출 방식이기 때문이다. 송금내역, 이자비용, 상환일자, 법적인 의무사항 등이 적힌 서류를 주고 받으면 된다. 온라인을 통해 펀딩할 경우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도 작성해야 한다. 투자자와 후보자를 연결하는 관련 플랫폼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청치펀딩, CROWD공동펀드, 비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자율은 통상 은행이자보다 약간 높다. ‘팬심’에 의존한 무담보 대출이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개인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선거법이 따로 정한 이자율은 없다”며 “다만 이자율이 너무 높을 경우 (후보자의) 기부행위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고 이자율이 너무 낮을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치인 펀드의 원조는 ‘유시민 펀드’다. 유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2010년 경기지사에 도전하며 이 펀드를 만들었다. 지지자 5339명에게 연 2.45%의 이자를 약속하고 110일동안 41억원을 빌렸다. 선거에서는 졌지만 15% 이상 득표하는데 성공해 원금을 갚는데 문제가 없었다. 유 후보는 이자비용 3000여만원 정도만 지출했다.
앞서 정치자금 문제로 고민하던 신 후보도 지난달 말 ‘청치펀드’를 통해 ‘신정현 펀드’를 개설했다. 경기도의원 법정 선거비용이 5000만원인만큼 1000명의 시민들에게 5만원씩 빌려 선거를 치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자비용은 연 2%. 상환 일자는 9월 1일이다. 그는 “닷새만에 130명의 지지자들이 참여해 3060만원을 모았다”며 “많은 지지자들에게서 조금씩 투자받아 모은 돈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지도가 낮은 출마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당이 나선 곳도 있다. 민중당은 지난달 15일 당 명의로 ‘2018 지방선거 재정 마련 펀드’를 만들었다. 목표금액은 3억원. 연이율 3%로 상환시점은 내년 3월이다. 중앙당이 돈을 모아서 후보자들을 지원하고 추후 정당운영비에서 이를 갚는 방식이다. 바른미래당도 이 같은 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개인간의 자금 거래이기 때문에 상환에 문제가 생길 경우 민사소송이 불가피하다”며 “투자한 후보가 지지율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상환능력이 되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한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출마자들에게 6월 25일까지 선거보전 비용을 청구 받아 늦어도 8월 10일까지 지급을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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