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가 채 안된 시간이지만 유모차에 탄 아이들이 하나 둘씩 어린이집으로 들어온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은지 꺄르르 웃으면서 교사에게 안기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엄마, 아빠와 떨어지기 싫어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다. 한국의 어린이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빠가 한국보다 더 많다는 점이다. 엄마들도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직장으로 출근하는 워킹맘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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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육시설이 많다. 물론 다른 캐나다 지역에도 아이를 돌봐주는 탁아시설이 있지만 퀘벡주처럼 하루 7.75캐나다달러(원화기준 6600원, 소득에 따라 차등)만 내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보육 시설은 없다. 지난해 기준 보육시설 위탁 비용은 퀘벡 최대 도시 몬트리올이 하루 10캐나다달러로 밴쿠버(49캐나다달러)나 토론토(54캐나다달러) 대비 훨씬 저렴하다.
◇비영리 보육시설 이용률 63%…맞벌이 부모의 버팀목
CPE는 최대 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퀘벡의 대표적인 보육시설이다. 설립시 정부 보조금을 받아 자체 시설을 확보한다. 수용 대상은 0~5세다. 보육교사 1명당 18개월 이하 아이는 5명까지 볼 수 있고 18개월~4살까지는 8명, 4살 이상은 10명까지 보육한다. 보육교사의 3분의 2는 3년 과정의 학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퀘벡 주정부는 20년 전부터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보육 시설을 확대한다는 기조 하에 보육기관을 대거 확충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아 자체시설을 운영하는 CPE부터 개인 가정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가정보육시설, 보조금을 받지 않고 영리를 추구하는 사설 기관까지 다양한 종류의 보육시설이 신설됐다.
현재 퀘벡 정부의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보육시설은 약 3600여곳으로 총 30만명의 어린이들이 이용 중이다. 이중 정부 보조금을 받는 비영리 보육시설은 1712개로 전체 보육시설의 절반에 달한다.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 0~5세 영유아 30만명 중 63%가 비영리 공보육 시설을 이용중이다.반면 우리나라는 작년 기준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은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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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보육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를 통해 얻는 경제적 이득이 더 컸다는 설명이다.
◇학부모가 위원인 운영위서 원장 선출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CPE 운영방식을 해당 시설에 다니는 아이의 부모들이 정한다는 것이다. CPE의 운영을 결정하는 운영위원회 이사회 멤버 구성원이 대부분 학부모다. 학부모들은 운영위로 참여하면서 해당 CPE의 예산과 교육과정, 평가과정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CPE 경영을 담당하는 원장까지도 직접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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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키우는 그래픽디자이너 조시안느 제프리옹(Josiane Geoffrion)씨는 “아이 아빠가 8시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 내가 4시쯤 아이들을 데려온다”며 “아이를 키우면서 맞벌이를 하는 부모여서 늘 바쁘고 피곤하지만 공립 어린이집 덕분에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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