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는 올 시즌 날씨 덕을 봤다. 사내 및 매장 내 실시간 날씨 정보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을 전국 300여개 점포에 도입한 결과, 올 1~5월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0% 신장했다. 각 매장에서는 그날의 기상 정보에 따라 고객들에게 최적의 스타일을 제안하거나 마네킹 옷을 교체하는 등 날씨 마케팅을 생활화한 것이 주효했다.
짚신장수와 우산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는 ‘비가 와도 걱정, 맑아도 걱정’이라는 옛 얘기가 있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365일 잘 팔리는 제품 구색을 갖춘 모범 장사꾼 집안인 셈이다.
이처럼 최근 불확실해진 날씨와 온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아웃도어 업체들이 늘고 있다. 날씨가 그만큼 업체 매출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온·날씨 변화에 따라 제품 기획에서부터 판매 수량, 매장 진열과 시기까지 조절하는 식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랙야크는 매 시즌 시작 전, 과학적으로 날씨 리스크를 예측해 초기 원단 발주량 및 스타일 수를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상기후 가능성에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별 전략을 수립하고 전담 인력을 꾸려 지난해 기상청으로부터 아웃도어 업계 처음으로 날씨경영 인증을 획득했다.
특히 사내 인트라 시스템을 통해 각 부서가 실시간으로 기상 정보를 공유하는 등 경영에 날씨 마케팅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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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주 블랙야크 마케팅본부 과장은 “날씨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예년보다 앞당겨진 장마에도 우기 관련 제품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며 “전국 300여개 점포에서 큰 효과를 걷어 매출 증대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귀띔했다.
센터폴은 비바람이 잦은 이상기후로 봄이 짧아지자 여름철 주력 상품인 방풍 재킷의 판촉 시점을 5월로 앞당겼다. 판초 스타일의 비옷인 ‘레인판초’도 올해 처음으로 출시했다.
K2도 우비를 ‘용품’이 아닌 ‘의류’로 분류해 지난 4월부터 판매 중이다. 판초를 변형한 스타일의 레인코트 등 우비 디자인도 3종으로 확대했다. 장화를 포함한 장마 관련 물량을 전년보다 20% 늘렸다.
에이글은 장마철 관련 제품의 물량을 전년 대비 2배로 늘리는 한편 LG패션의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는 올해 날씨 변화가 심하다고 보고 간절기용 탈부착 점퍼와 얇게 겹쳐 입는 레이어드 티셔츠 생산 물량을 15% 정도 늘렸다.
◇혹서기 맞아 속옷도 기능 살렸다
블랙야크는 최근 보디가드와의 협업(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아웃도어업체의 기술력에 감각적인 디자인을 접목한 기능성 내의 ‘블랙야크X보디가드’를 선보였다. 속옷 브랜드와 아웃도어 업체가 손을 잡은 첫 시도다.
남녀 팬티, 런닝 셔츠부터 여성용 브래지어까지 다양하게 출시됐다. 가격은 2만8000~4만8000원선.
블랙야크 측은 “수분 조절, 통기성 등을 두루 가춘 자체 개발 소재인 ‘야크 드라이’에 보디가드가 축적한 속옷 개발 노하우와 패션성을 합친 제품”이라며 “일상생활뿐 아니라 레저활동 때도 입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K2·노스케이프 등도 기능성 속옷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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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에 따라 이벤트와 광고도 달라진다. 블랙야크는 장마철에 대비해 레인재킷 할인 이벤트도 발 빠르게 적용했다.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 마련 취지에서 지난 20일부터 방수 재킷과 캠핑용품 등을 30% 할인 판매하고 있다. 할인 제품은 옥스 재킷, 옥스R 재킷, U발리스 재킷, B라이언포스 재킷 등이다.
박정훈 블랙야크 상품기획팀 차장은 “지금까지 날씨마케팅을 통해 만들어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가오는 가을·겨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는 기준을 세분화해 체감온도에 따라 개인의 거주 지역의 온도에 맞춘 적합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재고 등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날씨 경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패션 사업은 더 이상 감성에만 호소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유행 주기가 빨라지고 정형화된 기상 패턴이 점차 사라지는 시점에서 검증된 기상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사업에 반영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등의 이성적인 접근이 패션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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