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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지난 2023년 12월 9일 술에 취한 채 화물차로 세종시 일대 도로 약 3㎞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은 ‘도로 한가운데 시동을 켠 차량의 운전석에서 사람이 자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은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지구대로 데려갔다.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김 씨는 지난 2019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된 전력이 있었다.
재판에서 김씨는 경찰이 음주측정 전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입안에 남은 알코올 때문에 측정 수치가 실제보다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경찰 교통단속 처리지침 30조 2항은 음주측정 전 운전자에게 음용수 200㎖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에서는 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확보한 측정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김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교통단속 처리지침은 경찰 내부지침일 뿐 대외적으로 일반 국민에게 효력이 미치거나 법원을 구속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위반했다고 음주측정 절차가 당연히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씨가 잠들어 있다가 갑자기 측정에 응해 경찰이 물을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에게 음용수를 제공하지 못한 것에는 김씨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항소를 기각했다. 물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도 측정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김 씨의 음주 측정 결과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음주측정 전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는 절차가 단순한 경찰 내부지침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정이라고 봤다. 해당 절차는 2017년 경찰 내부지침에 도입된 뒤 2023년 7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명문화됐다.
대법원은 “입헹굼물 제공 절차는 형사절차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라며 “이를 따르지 않고 음주측정을 했다면 그 결과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배제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경찰이 잠들어 있던 김씨를 깨워 물을 제공할 기회가 충분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술을 마신 뒤 20분 이상 지났더라도 입안에 남은 알코올이 측정 수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입헹굼물 제공 절차가 이행되지 않으면 측정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해 국민이 부당하게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하려는 규칙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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