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서 퍼진 ‘메로나+고추장’ 이색 조합
직접 먹어보니 달콤 뒤 매콤한 단짠
해외서 변형된 K푸드 레시피 역유입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 | 메로나에 고추장을 발라 직접 시식하는 모습.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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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메로나 하나를 꺼내 들고 고추장 뚜껑을 열었다. 아이스크림에 고추장을 찍어 먹는다니 말로만 들어도 거북하고 어색한 조합이다. 숟가락으로 고추장을 떠 메로나에 발라봤다. 예상과 달리 고추장은 잘 붙지 않았다. 얼어 있는 아이스크림이 녹으면서 점성이 있는 고추장이 계속 흘러내렸다. 우여곡절 끝에 한 숟가락 정도를 펴 바르고 한입 베어 물었다.
최근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메로나에 고추장 찍어 먹기’ 콘텐츠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해외 이용자들이 몇 년 전 먼저 소개하면서 확산됐고, 이젠 국내에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색 음식 조합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 영상은 조회수 수십만~수백만회를 기록 중이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근처 편의점에서 메로나를 구입해 냉장고에 있던 고추장을 꺼냈다.
첫 맛은 의외로 평범했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에는 그냥 메로나 맛이다. 달콤한 멜론향이 먼저 혀에 퍼진다. 그런데 몇 초 뒤, 뒷부분에서 고추장의 매운맛이 살짝 치고 들어온다. 평생 처음 먹어보는 맛이지만 ‘맛이 없다’기보다는 ‘오묘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 | 해외 틱톡 이용자들이 메로나에 고추장을 찍어 먹는 이색 조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bossvin, hojusara, yayayayaummy 틱톡 채널 영상 장면. (사진=틱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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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비중을 나누자면 80%는 메로나, 20%는 고추장이다. 고추장을 꽤 넉넉하게 바른 편인데도 매운맛이 과하게 튀진 않았다. 지방 성분이 혀에 얇게 코팅되면서 매운맛이 금방 사라지는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달콤한 맛 뒤에 매콤함이 살짝 남는, 묘한 단짠 구조가 만들어진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호기심에 다른 장류도 실험해봤다. 삼겹살 등 고기에도 잘 어울리는 쌈장이면 더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기대와 달리 결과는 정반대였다. 쌈장 특유의 달큰함이 아이스크림과 만나자 텁텁함으로 돌변했다. 멜론 향과 쌈장 향이 따로 놀면서 서로를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된장은 더 실망스러웠다. 짠맛이 지나치게 강해 메로나 특유의 멜론 향을 완전히 덮어버렸다. 한 입 먹고 나서 ‘이건 아니다’는 결론이 바로 나왔다. 결국 세 가지 장류 중 아이스크림과 가장 잘 어울리는 건 고추장이었다. 달콤함과 매콤함의 미묘한 균형이 고추장만의 강점이었다.
 | | 메로나 위에 고추장쌈장된장을 각각 바른 모습.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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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계속 먹을 수 있는 맛이냐고 묻는다면 답은 애매하다. 신기한 경험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재미있지만, 한국 사람 입맛 기준으로는 원래의 메로나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호기심에 한 번 정도는 먹어볼 만한 조합이다. 다만 색다른 맛을 즐기는 소비자나 어린 세대에게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조합이 흥미로운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 음식이 해외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된 뒤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동남아 지역에서 불닭볶음면을 계란 오믈렛 속에 넣어 먹는 레시피가 한국에 역유입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입장에서 파인애플 피자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낯선 조합이듯 이제 한국 음식도 세계 곳곳에서 변형되고 있는 셈이다. 메로나에 고추장을 찍어 먹는 방식 역시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K푸드가 세계적으로 소비되면서 한국인이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조합이 해외에서 만들어지고,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장면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 | 메로나와 고추장쌈장된장을 준비해 이색 조합 실험을 진행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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