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북마리아나 사이판 여행
세계 3대 다이빙 포인트 ‘그루토’
본섬에서 15분, 시간 멈춘 ‘마나가하 섬’
새가 머무는 천혜의 보금자리 ‘새 섬’
비극적인 역사품은 ‘만세절벽’, ‘자살절벽’
[사이판=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차가운 바닷물이 살갗을 스치며 서서히 몸을 감싼다. 천천히 가라앉으며 현실과의 경계가 흐려진다. 마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이 든다. 수면 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호흡기를 통해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몸의 리듬을 찾는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뜨자 눈앞에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빛은 부드럽게 스며들고 소리는 멀리 퍼져 나가며 사라진다. 바닷속 시간은 마치 다른 차원의 법칙을 따르는 듯 흐른다. 조금씩 심연으로 내려갈수록 온몸을 누르는 압력과 함께 내면의 목소리도 선명해진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껴라.’ 호흡에 집중하며 천천히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쉰다. 그제야 모든 것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초보 다이버의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이 순간. 바닷속 생명들은 조용히 나를 응시하고 있다. 물결에 몸을 맡긴 채 유영하며 이곳이 하나의 또 다른 우주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 자신과 마주하는 공간이자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지는 배움의 장이다. 이 경험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그리고 자연은 얼마나 거대한 신비인가.
 | 신비로운 해저동굴 ‘그로토’는전세계 다이버들의 로망이자 사이판을 대표하는 다이빙 포인트다.(사진=그로토어드벤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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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비로운 해저동굴 ‘그로토’는전세계 다이버들의 로망이자 사이판을 대표하는 다이빙 포인트다.(사진=그로토어드벤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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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속에서 바라본 그로토 풍경. 가끔 바다거북을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사진=사이판어드벤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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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3대 다이빙 포인트로 꼽히는 그로토는 거대한 해식동굴로 짙푸른 바닷물이 동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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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다이빙 포인트 ‘그로토’에서의 특별한 경험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4시간.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구름을 가르며 날아가다 보면 이내 짙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태평양의 마리아나 제도에 속한 사이판. 한없이 평온하면서도 강렬한 매력을 지닌 이 섬은 여행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길게 뻗은 이 섬은 제주도의 16분의 1 크기, 거제도의 4분의 1 크기로 아담하다. 그렇다고 그 속에 담긴 자연의 아름다움까지 작지는 않다. 서쪽으로 펼쳐진 산호초 바다는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듯 비현실적인 색감으로 빛난다.
이곳의 맑은 바다는 전 세계 다이버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특히 사이판 섬 북쪽에 자리한 그로토(Grotto)는 ‘세계 3대 다이빙 포인트’로 손꼽히는 곳. 다이버들에게는 꿈의 장소로 불린다. 그로토에 도착하자마자 여행자를 맞이한 것은 거대한 해식 동굴의 입구다. 짙푸른 바닷물이 동굴 안을 가득 채우고 있고 그 신비로운 푸른빛은 마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이다. 30여 분간 다이빙 강의를 들은 후 구명조끼와 오리발을 착용 후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미끄러운 바위를 지나자 드디어 다이빙의 순간이 다가왔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물속으로 뛰어들면서 느껴지는 차가운 물의 감촉과 함께 순수한 자유로움이 온몸을 감쌌다. 물속에서 바라보는 그로토의 풍경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독특한 해저 지형과 맑은 물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들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천천히 잠수하며 동굴의 깊은 곳까지 탐험했다. 동굴 내부의 바위와 산호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빛이 희미해지는 곳에서 가이드가 손전등을 켜자 숨겨진 비경이 드러났다. 형형색색의 산호와 물고기들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그로토의 해류는 강한 편이므로 경험이 풍부한 다이버들과 함께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행히 함께한 다이버들은 모두 경험이 많아 안전하게 탐험을 마칠 수 있었다. 스쿠버 다이빙뿐만 아니라 스노클링도 가능하지만 지형이 험하고 물살이 거센 만큼 반드시 전문 다이버와 함께해야 한다.
 | 마사이판의 숨겨전 보석 같은 섬 ‘마나가하’. 신비로운 그림 속 장면처럼 여행자를 맞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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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사이판의 숨겨전 보석 같은 섬 ‘마나가하’. 신비로운 그림 속 장면처럼 여행자를 맞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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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폭의 수채화처럼 신비로운 경관을 자랑하는 새섬 .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와 쉬어가는 천혜의 보금자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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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 풍광 속 아픈 역사를 품었다
사이판의 숨겨진 보석 같은 섬 ‘마나가하’(Managaha Islands). 사이판 본섬에서 배를 타고 단 15분이면 도착하는 이 작은 섬은 마치 신비로운 그림 속 한 장면처럼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투명하게 빛나는 바닷속은 수족관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알록달록한 산호초 사이로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에 절로 감탄이 새어 나온다.
이곳에서 스노클링을 하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얕은 바다에서도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물 속에서, 오직 자연 그대로의 해양 생태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숨을 들이마시고 고요한 바닷속으로 몸을 맡기는 순간 이국적인 해양 생물들과 눈을 맞추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마나가하 섬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번잡한 상업 시설 없이 자연 그대로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곳. 하지만 스릴 넘치는 액티비티를 원한다면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패러세일링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사이판에는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신비로운 경관을 자랑하는 섬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새 섬’(Bird Island). ‘바다새들이 잠들어 있는 작은 섬’이라는 뜻처럼 이곳은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와 쉬어가는 천혜의 보금자리다.
매독 곶에서 바라보는 새 섬(Birds Islands)은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특히 해거름 무렵, 보금자리로 날아드는 바다새들의 실루엣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순간은 그야말로 감동적이다. 석회암 지대로 이루어진 섬에는 새들이 둥지를 틀 수 있는 작은 구멍들이 많아 자연이 선사한 완벽한 쉼터가 되었다. 바다와 하늘, 그리고 수많은 새들이 만들어내는 이곳의 풍경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사이판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는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이판은 태평양 전쟁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미군과 일본군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장소가 바로 ‘만세절벽’(Banzai Cliff)과 ‘자살절벽’(Suicide Cliff)이다.
북쪽 바닷가에 자리한 만세 절벽에서는 일본인 부녀자와 노인들이, 내륙의 자살 절벽에서는 일본군 병사들이 미군의 손에 항복하는 대신 차가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깊고 푸른 바다는 그날의 슬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듯하다. 특히 강제 징용된 한국인 노동자들도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이곳을 방문하는 순간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사이판은 비극을 딛고 이제는 평화와 아름다움으로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저 아름다운 휴양지가 아닌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삶이 공존하는 특별한 여행지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 아름다운 풍경 속 비극적인 역사를 간직한 ‘만세절벽’.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본인 부녀자와 노인들이 차가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특히 강제 징용된 한국인 노동자들도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이곳을 방문하는 순간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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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판 곳곳에는 2차 세계대전 버려진 무기들이 곳곳에 버려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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