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급발진은 과연 존재할까…"대부분 페달 착각"[별별법]

성주원 기자I 2025.03.12 05:30:00

■다양한 주제의 법조계 이야기
급발진 인정 사례 없어…소비자 입증 부담 커
"급발진 믿음이 사고 키워"…페달착각 인식 필요
대안은 발 블랙박스와 고령 운전자 관리 강화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급발진 의심 사고는 매년 증가 추세지만, 법원에서 최종 인정된 사례는 아직 없다. 신민영(사법연수원 41기) 변호사는 “급발진 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페달 착각”이라며 “급발진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오히려 사고를 키우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임성순(변호사시험 12회) 변호사는 “소비자가 자동차 제조 결함을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호암의 두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 ‘펀무법인’에서 급발진 이슈를 다루면서 발 블랙박스 설치와 고령 운전자 면허 관리 강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유튜브 채널 ‘펀무법인’ 영상 갈무리
◇늘어나는 급발진 사고…대부분 ‘운전자 과실’ 결론

급발진 의심 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11일 법무법인 호암에 따르면 2020년 45건, 2021년 51건, 2022년 67건, 2023년 105건, 2024년(1월~10월) 114건으로 크게 늘었다. 임성순 변호사는 “고령 운전자가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임 변호사는 “급발진이란 차가 내 말을 듣지 않고 브레이크를 밟아도 듣지 않으며, 갑자기 RPM(분당 엔진 회전수)이 올라가면서 속도가 제어되지 않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계적 결함이나 전자적 결함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주목받은 급발진 의심 사고로는 지난해 7월 1일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지난해 12월 31일 목동 깨비시장 차량 돌진 사고, 2022년 강릉 전복 사고 등이 있다. 이 사고들에서 운전자들은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대부분 운전자 과실로 결론났다.

임 변호사는 “택시 운전자가 자기 발을 촬영하는 블랙박스를 두고 촬영했는데,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블랙박스를 보니 본인이 당황해서 브레이크인 줄 알고 계속 엑셀을 밟은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펀무법인’ 영상 갈무리
◇입증 어려운 급발진, 인정 사례 없어…‘발 블랙박스’ 주목

가장 주목할 점은 지금까지 법원에서 급발진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제조물 책임법상 결함을 주장하는 피해자가 입증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신민영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 남한테 돈을 내놓으라는 사람이 상대방 잘못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자동차는 굉장히 복잡한 전선들과 기계들이 들어가 있는데, 어떻게 이것을 일반인이 입증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다행히 법원은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신 변호사는 “일반적인 소송에서는 소비자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입증해야 하지만, 법원의 입증 책임 완화 원칙에 따르면, 소비자가 기본적인 결함 가능성만 입증하면 그 이후부터는 제조사가 ‘우리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고 설명했다.

운전자들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발 블랙박스’가 주목받고 있다. 신 변호사는 “발 블랙박스로 정상적으로 브레이크 밟고 있다는 게 입증되면 그때부터는 제조사로 공이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급발진 신화가 오히려 사고를 키운다”

신민영 변호사는 “급발진이 있다는 믿음 때문에 오히려 피할 수 있는 사고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급발진 사고의 원인은 페달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페달 착각이라는 인식이 퍼졌다면, 사람들이 ‘아, 이거는 페달 착각이구나’ 하고 발을 떼보려는 노력이라도 할 텐데, 급발진이 있다는 믿음이 퍼지다 보니 페달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대응할 가능성을 차단해 오히려 사고를 키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급발진 의심 사고 증가는 고령 운전자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임성순 변호사는 “일본에서는 자동차 위법 행위 전력이 있는 75세 이상 노인들은 면허 갱신 시 2년마다 시험을 보게 한다”며 “현실적인 방법은 면허 갱신 시 시험을 까다롭게 자주 보게 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신 변호사도 “갱신 주기나 적성 검사 주기를 촘촘하게 하는 게 좋은 대안”이라고 동의했다.

유튜브 채널 ‘펀무법인’ 영상 갈무리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Not Author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