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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계엄사태’가 ‘탄핵정국’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건설업계 경영환경이 ‘시계제로’에 놓였다. 고금리와 저성장, 자재비 상승 등으로 안 그래도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건설업계인데, 여기에 정부의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정상 추진에도 물음표가 따라붙으면서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최근 일선에서 산업부나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는 물론 산하 기관들이 계약이 임박한 공공발주 사업들의 계약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이미 각종 적정성, 타당성 검토를 거친 사업들이지만 정권 교체 이후 행여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 수주한 공공발주 사업 착공 지연 얘기도 들린다.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탄핵정국에 따라 기존 수주한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SOC 의존도가 높은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당장 착공에 필요한 자금을 묶어둔 곳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사업을 진행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당장 현 정부가 ‘2030 부산 세계엑스포’ 유치를 명목으로 추진했던 가덕도신공항 개항이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2029년 12월 개항 목표에서 2032년께 준공으로 3년 가량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탄핵정국으로 사업 재검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발표된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역시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내년 정부 SOC 예산마저 올해 대비 크게 줄어들면서 내년 공공발주 일감 부족 우려마저 키웠다. 당초 정부는 내년 SOC 예산으로 올해(26조4000억원) 대비 3.5% 감액한 25조5000억원을 배정했는데, 지난 1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보다 1000억원 더 줄어든 25조4000억원으로 의결·확정되면서다. 경기부양과 성장잠재력을 위한 증액 요구가 있었지만 계엄사태·탄핵정국 여파로 오히려 줄어든 예산을 쥐게 된 상황이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연구실장은 내년 건설업계가 극심한 부침에 시달릴 것이란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김 실장은 지난 9일 서울 강남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4년 건설시장 및 건설산업 정책 진단 세미나’에서 “원·달러 환율은 앞으로 1500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등 계엄·탄핵 정국 장기화는 건설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로 국토와 주택 관련 공공부분 공사 발주가 지연·축소될 가능성이 크고, 국민의 구매 심리가 악화해 주택시장 불경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 역시 “최근 산업 활력 제고 정책 내용 모두 민간 경기 위축시 버팀목이어야 할 공공발주 물량 확대에 대한 고려가 부재하다”며 “건전 재정을 고려하더라도 국민경제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대형 국책사업 추진이 극히 제한적이거나 아예 실종됐다”고 꼬집었다.
건설업계는 국회 계류 중인 주요 법안 처리부터 정상 처리되길 바라는 모양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건설·부동산 정책 관련 법안으로는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8000만원 이상 재건축 초과이익 발생시 일정비율을 환수하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법 등이 있다. 그러나 국회가 탄핵정국에 돌입하면서 법안 통과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