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패션 시장이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부상 중이다. 이젠 중고 패션이 아닌 ‘N차 신상’ ‘패션 리커머스’ 같은 신조어가 쓰일 정도다. 극심한 고물가에 중고 상품의 인기가 패션 분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특히 중고 패션 상품이 MZ세대의 특템(아이템 획득) 욕구를 자극해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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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가격으로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중고 패션의 인기 요인이다. 젊은 층의 인식 변화도 한몫했다. 과거만 해도 남이 입던 옷을 입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높았을 만큼 인식이 낮았다. 하지만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복고 패션, 가치 소비 경향이 짙어지면서다. 특히 가성비(가격대비성능) 상품을 직접 찾아 구입하는 과정이 젊은 소비자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했다. 이른바 ‘챌린지(challenge)’ 효과인 셈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소유의 개념으로 물건을 바라보지만 젊은 세대는 사용의 개념”이라며 “소유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필요한지 아닌지를 가장 먼저 판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정보 환경이 발달하면서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매칭 과정이 너무 편해졌다”며 “이 과정에서 얻는 재미와 뿌듯함도 인기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패션 업체의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패션 플랫폼 1위 업체 무신사가 중고 패션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말 특허청에 ‘무신사 유즈드’(MUSINSA USED)라는 상표권도 출원했다. 패션 기업 LF(093050)도 올해 리세일 브랜드 플랫폼을 연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리세일 솔루션 운영업체 마들렌메모리와 손을 잡았다. 패션 대기업 코오롱FnC는 2022년부터 자체브랜드 중고 거래 플랫폼인 ‘오엘오 릴레이 마켓’을 운영 중이다.
물론 중고 패션 사업에 대한 핑크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고 패션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큰 수익이 남는 구조가 아니다. 재고 관리부터 검수, 촬영, 포장까지 운영의 복잡성이 높다. 때문에 추가적인 인력과 설비 투자가 불가피하다. 특히 상품성 없는 중고품이 쌓일수록 재고 부담이 높아진다. 더불어 자칫 가품 논란이라도 벌어지면 브랜드 신뢰도 전체가 하락하는 위험요소가 있다.
빠르게 변화 중인 패션 트렌드로 인해 최근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패스트패션은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율이 특징이다. 5만원 코트, 5000원 티셔츠 등 저렴한 가격에 제품군도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 젊은 층의 인식 변화로 중고 패션 의류 시장의 성장세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계도 내수 침체 등 어려움을 타개할 방안으로 중고 시장을 점찍고 있는 분위기다. 중고 패션 플랫폼은 집객 측면에선 활용하기 좋지만, 운영상 고려 요소가 많은 만큼 신중한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