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가 쏟아진 하루다. 국제유가 시장을 주름잡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한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10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유가 상승에 따라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국채금리도 급등했다. 중국과 유럽경기 둔화 징후가 강해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는 치솟았다. 증시에는 부담이 되는 뉴스가 쏟아진 셈이다.
5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6% 하락한 3만4641.97을 기록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0.42% 떨어진 4496.83,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0.08% 내린 1만4020.95에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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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증시 하락을 이끈 건 사우디와 러시아의 자발적 감산 연장 소식이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연말까지 감산 조치를 연장했다.
국영 사우디통신(SPA)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날 하루 100만배럴의 자발적 원유감산을 올해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지난 7월부터 하루 100만배럴 자발적 감산에 돌입했고, 자발적 감산 기한을 매달 연장하고 있다. 오는 10~12월까지도 사우디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약 900만 배럴에 그치게 된다. SPA는 사우디가 매달 감산연장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와 함께 OPEC+을 이끌고 있는 러시아도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도 석유시장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연말까지 자발적인 감산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3월부터 하루에 전체 생산량의 5%인 50만배럴 자발적 감산을 시작해, 8월부터 내년말까지 원유수출량을 50만배럴 줄였다. 이런 상황에서 9월에도 30만배럴의 석유 수출을 자발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매달 감산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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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브렌트유 선물가격도 1.04달러(1.2%) 오른 배럴당 90.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2년 11월 16일 이후 처음으로 90달러 선을 넘었다. 장중 최고치는 91.15달러다.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케이스 러너 수석 시장 전략가는 로이터에 “유가가 오르면 물가상승이 다시 나타날 수 있고, 연준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사람들이 기대하는 연착륙과 경기 둔화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석유회사의 주식은 일제히 올랐다. 옥시덴탈페트롤리움(2.49%), EOG리소시스(1.86%), 할리버튼(2.24%) 등이 2% 내외로 올랐다.
유가상승에 항공주는 타격을 받고 있다. 아메리칸항공(-2.59%), 유나이티드항공(-2.51%), 델타항공, 로얄캐리비안 등의 주가가 2%이상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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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를 자극하면서 최근 안정세를 보였던 국채금리도 급등했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9.3bp(1bp=0.01%포인트)나 오른 4.266%을 기록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도 9.2bp 오르며 5%에 근접한 4.96%까지 치솟았다. 30년물 국채금리도 9bp 오른 4.375%에 마감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CNBC에 “유가 상승은 글로벌 성장 우려와 함께 고금리가 더 오래 유지돼야 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면서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리스크가 다시 부상하면서 투자심리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월가 일각에서는 주식 수익률이 국채 수익률을 따라잡기가 너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확실성에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가 늘면서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등 주요국 경제지표가 부진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4.80으로, 전거래일 대비 0.54% 올랐다.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다. 역외 달러·위안화는 0.36% 오른 달러당 7.3035위안을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0.85% 오른 달러당 147.72엔을 기록했다. 이는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12주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은 리오프닝 기대와 달리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차이신 서비스 구매 관리자 지수는 51.8로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의 54.1에서 하락했고, 로이터가 조사한 이코노미스트 전망치 53.6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유로존 역시 서비스산업이 위축되면서 유로존의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빨리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S&P글로벌에 따르면 HCOB(함부르크상업은행) 유로존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8월 확정치는 47.9를 기록했다. 30개월래 최저치다.
컨베라의 조 마님보 수석 시장 분석가는 로이터에 “중국과 유럽에 대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결과적으로 확실히 안전한 피난처인 달러로 수요가 몰려들고 있다”면서 “동시에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희미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호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을 15%로 낮추고 9월 기준금리 동결을 내다봤다. 최근 고용지표 등을 고려해 하반기 미국의 성장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본 것이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얀 해지우스는 “계속되는 긍정적인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의 소식으로 인해 우리는 앞으로 12개월 동안의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이전 20%에서 15%로 더 낮춘다”고 밝혔다.
여기에 연준에서 ‘매파’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연준의 추가금리 인상여부를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언급도 있었다. 월러 미 연준이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지난주 우리가 얻은 (고용, 물가 등) 데이터는 정말 좋았다. 우리가 신중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해준 게 핵심”이라며 “데이터가 계속 나오는 것을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유가 감산 소식이 워낙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 빛이 바랬다.
유럽증시도 일제히 내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34% 하락,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도 0.34% 떨어졌다. 영국 FTSE100지수도 0.2%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