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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로 시작해 전문경력관으로 마무리하는 ′경기교육의 살아있는 역사′

정재훈 기자I 2021.05.26 06:10:00

1979년 공직입문, 43년동안 공무원 생활
경기교육청 두번째 교육감부터 17대까지
교육부장관·도교육감 표창 전부 합쳐 5회
″동료직원들 덕…사회 도움되도록 살 것″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대부분 대학생활을 마치고 입문해 정년까지는 길어야 35년 정도 근무할 수 있는 요즘 사회 분위기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인 햇수로 43년을 공무원으로 살아온 이가 있다.

경기도교육청 대변인실에서 근무하는 정재붕(60·지방전문경력관·6급상당) 주무관이 주인공이다. 그는 60년 평생 이중 3분의 2를 몸담았던 교육청에서 오는 6월 30일 정년 퇴직한다.

정 주무관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벌써 4번이나 강산이 바뀌는 세월 동안 경기도교육청에서 근무했다”며 “직원들과 소통하고 화합한 덕분에 40년 넘게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것 같아 모든 교육청 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지난 43년간의 소회를 전했다.

43년간의 공직생활을 접고 오는 6월 30일 정년퇴직을 앞둔 정재붕 주무관.(사진=정재훈기자)
정 주무관이 오는 6월말까지 정년을 꽉 채워 근무하면 무려 44년 동안을 학교나 지역교육지원청 발령 없이 경기도교육청에서만 근무한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는 수원 삼일상업고등학교 재학 시절이던 1979년. 글씨를 잘 쓰면 행정병으로 군대를 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붓글씨 학원에 다니던 중 경기도교육청에 발탁됐다. 어느날 좋은 글체를 가진 사람을 뽑기 위해 붓글씨 학원을 찾은 경기도교육청 직원의 눈에 들어 같은 해 9월 14일, 지금은 생소한 직책인 ‘필경사’로 공직에 입문한거다.

‘필경사’는 말 그대로 글씨를 쓰는 업무가 전부인 직책으로 정 주무관은 컴퓨터는 물론 타자기 조차 없었던 당시 경기도교육청에서 온갖 글씨 쓰는 일을 도맡아 했다.

정 주무관은 “매일 아침 첫 버스를 타고 도교육청에 출근하면 그날 오전 중에 교육감 책상에 가져다 놔야할 수많은 보고서들을 플러스펜으로 보기 편하게 옮겨 쓰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며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 1980년대 중반이 지나 워드프로세서용 컴퓨터 1대가 경기도교육청에 보급되기 까지 10년 가까이를 글씨 쓰는 일만 했던것 같다”고 회고했다.

기획계에서 필경사로 근무하던 정 주무관은 컴퓨터 보급 이후 전산계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그는 경기도교육청 내 모든 부서와 시·군 교육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워드프로세서 교육 등을 전담했고, 나아가 컴퓨터 등 프로그램을 활용한 급여계산 시스템 보급에도 앞장섰다.

시간이 흘러 2001년에는 기능직 최초로 별정 7급 상당으로 특별임용돼 같은 직렬 직원들의 우상이 되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대변인실에서 근무중인 정재붕 주무관.(사진=정재훈기자)
정 주무관은 “교육청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하는 동안 7급, 6급 상당 승진도 하고 모범공무원 표창을 받은 것은 잊을 수 없는 기쁨이었다”며 “경기도교육청 출범 이후 두번째인 신능순 교육감 시절 공직에 입문해 17대 교육감까지 겪으면서 마음의 시계보다 현실의 시간이 너무 빨라 서글픈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장기재직 할 수 있었던 것 자체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그는 “퇴직을 앞두고 지금 경기도교육청의 김주영 대변인까지 나서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직장을 알아봐 주는 등 동료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 뿐”이라며 “나를 기억해 주는 모든 경기도교육청 직원들의 기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남은 인생 동안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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