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하루 유가 변동폭의 두 배를 먹고, 또 두 배를 잃을 수 있다는 ‘레버리지 원유 ETN(상장지수증권)’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거래 정지다. 한국거래소는 거래가 정지되는 동안에도 ‘WTI 원유 선물 가격이 하루 50% 이상 하락하면 지표가치가 0이 될 수 있어 투자금 전액 손실 위험이 있다’고 투자유의 안내를 계속해서 냈다.
실제로 삼성·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이 4월 17일부터 20일까지 거래가 정지됐을 때 투자자가 느꼈던 공포감은 엄청났다. 한 투자자는 “거래가 정지된 상태에서 지표가치가 0이 되면 상장폐지 되는 것 아니냐. 아무 손도 못 쓰고 그냥 투자금을 모두 잃게 되는 것이냐”며 “거래소가 하루 빨리 거래를 재개해 ETN을 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공포감이 또 다시 재발할 위기에 놓였다. 삼성·신한·미래에셋·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27일 단일가 매매로 거래가 재개된 후 여전히 높은 괴리율에 3거래일간 거래가 정지됐는데 연휴가 끼면서 거래가 재개되는 날짜가 5월 6일로 밀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증시가 쉬는 동안에도 뉴욕상업거래소(NYMEX)는 계속해서 돌아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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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나쁘게 국내 증시가 쉬고, 레버리지 ETN이 거래가 안 되는 동안 뉴욕에서 거래되는 WTI 선물이 하루에 50% 이상 하락한다면 투자자들은 손을 쓰지 못하고 투자금 전액을 잃게 된다. WTI 선물이 50% 하락했다는 것은 레버리지 ETN의 경우 100%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ETN 거래가격은 하루 가격 제한폭으로 60%까지 밖에 하락을 못 하겠으나 지표가치는 이미 0이 된 상태다. 지표가치가 0이 된 상태에선 ETN은 일단 거래가 정지돼 버린다.
지표가치(IV)는 ETN 1주당 실질 가치를 의미한다. 현재 상장돼 있는 레버리지 원유 ETN은 S&P다우존스 인다이시스(지수산출기관)의 ‘GSCI 2X Leveraged All Crude TR Index’ 또는 ‘Dow Jones Commodity Index 2X Leverage Crude Oil TR’을 기초지수로 삼는데 통상 전일 지표가치에 기초지수 변화율을 곱해 산정한다(분배금, 제비용 등 제외). 그런데 지표가치가 0이 되면 아무리 그 다음 날 유가가 반등해 기초지수가 급등한다고 해도 해당 증권의 가치는 0이다. 그러니 살아 있어도 죽어 있는 증권이 된다.
그렇다면 거래가 쉬는 동안 지표가치가 0이 될 확률을 얼마나 될까. 4월 20일 5월물처럼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은 없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초지수 산출기관인 S&P가 추종하는 원유 선물을 변동성이 큰 6월물(최근월물)에서 7월물(차월물)로 변경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원유 ETF인 USO ETF가 6월물 급락을 못 견디고 6월물을 전량 처분키로 하면서 그대로 있다간 6월물 매도 폭탄을 맞으면서 ‘마이너스 사태’까지 닥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던 영향이다.
기초지수 추종 원유 선물이 7월물로 변경되면서 하룻 밤 새 유가가 50% 이상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6월물이 4월 21일 43.36%, 27일 24.55% 급락하는 동안 7월물은 각각 28.88%, 14.79% 변동했다. 6월물 변동폭의 절반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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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동안 지표가치가 0이 될 일은 없다지만 원유 ETN 투자자로선 안심하긴 어렵다. 유가가 계속해서 하락한다면 지표가치를 보여주는 기준가격 역시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신한·QV 레버리지 ETN은 이미 기준가격이 70원대로 낮아졌다. 유가가 하락한다면 기준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고 ETN 가격 역시 기준가격 만큼 떨어져야(괴리율 12% 이내) 거래가 정상화될 수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1만원 중반대였던 주가가 동전주가 돼야 거래가 정상화된다니 투자자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일 수 있다.
휴일 기간 동안 유가가 누적으로 50% 이상 하락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 시장은 거래가 이뤄지지 않지만 해외 시장은 열리기 때문에 매일 지표가치, 기준가격은 산출된다. 기준가격이 현재 1000원인데 유가가 첫 날엔 20%, 둘째 날엔 30% 하락했다고 치자. 이때 레버리지 ETN의 기준가격은 첫날엔 600원(40%↓)으로 떨어질 것이고 둘째 날엔 240(60%↓)원으로 하락하게 된다.
다만 이렇게 변동폭이 크게 되면 1000원이던 기준가격이 장이 열리고 나면 곧바로 240원이 돼야 할 텐데 ETN의 가격 제한폭에 걸려 400원까지만 떨어지게 된다. 기준가격의 하락폭과 ETN 가격의 하락폭에 차이가 생기면서 없던 괴리율도 생길 판이다. 6일 거래가 재개된 즉시 거래소의 바뀐 매매 규정(괴리율 높을 시 단일가 매매와 3거래일 정지 반복)에 따라 괴리율로 또 다시 거래가 3거래일간 정지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으로도 안심하긴 어렵단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