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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날'에 웃고 '기관장 인사파행'에 진땀

김성곤 기자I 2015.12.21 07:33:32

2015 문화예술정책분야 성과·과제는?
문화가 있는 날 만족도 80.4%
참여기업 작년보다 2배이상 높아
메르스 극복 위한 ''티켓 1+1''
공연예술계 경영난 해소 도와
수장공백 인사논란 등 악재
예술검열 논란에 공연계 반발

‘공연티켓 1+1 지원사업’ 선정작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리부트’의 한 장면. 문화체육관광부는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공연계를 위해 추경예산 500억원을 투입하고 ‘공여티켓 1+1 지원사업’을 신설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올해 문화예술분야는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문화가 있는 날’의 대중적인 성공과 ‘한류 확산’이란 외형적 성과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한 공연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문화예술정책적 차원에서 나선 대응은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반면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장 인사에서는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현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문화융성을 뒷받침하는 문화행정이 사실상 F학점이란 비판에도 시달려야 했고, 해묵은 ‘예술검열’ 문제도 공연계에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다.

◇‘문화가 있는 날’ 국민 2명 중 1명이 알아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일반 국민에게 공연·전시·영화·스포츠 등의 관람을 무료 또는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하는 ‘문화가 있는 날’은 시행 2년 차를 맞으며 자리를 잡았다.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한 국민만족도는 무려 80.4%였다. 또 국민 절반에 가까운 45.2%가 ‘문화가 있는 날’을 인지하고 있었다. 참여프로그램은 올해 11월 기준으로 2081개로 시행 초기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고 기획프로그램도 한층 풍성해졌다. 참여기업 역시 86개로 1년 전 37개에 비해 대폭 늘었다. 특히 LG·현대 등 주요 그룹은 물론 서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문화가 있는 날’은 문체부가 자체 평가한 2015년 문화예술분야 정책성과에서도 첫손에 꼽힐 정도였다.

한식·한복·한지 등 전통문화의 세계화도 주요 성과다. 특히 지난 5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식을 주제로 열린 ‘2015 밀라노엑스포’ 한국관은 230만명에 이르는 관람객을 유치하는 대성공을 거두며 한식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또 다소 주춤해진 한류의 재도약을 위해 전진기지 구축에도 적극 나섰다. 미국 뉴욕에 K컬처체험관을 조성하고, 독일 포츠담광장에 통일정자를 세우고, 중동지역 최초로 UAE문화원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데일리 그래픽팀


◇메르스 불황극복 ‘공연티켓 1+1 지원’

메르스 여파로 극심한 불황에 빠졌던 공연예술계를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메르스는 지난해 세월호 사태보다 공연계에 미친 영향이 더 컸던 악재였다. 문체부는 메르스 폭격을 맞은 공연계를 위해 추경예산 500억원을 투입하고 ‘공연티켓 1+1 지원사업’을 신설하는 등 문화예술계의 경영난 해소에 적극나섰다. ‘공연티켓 1+1 지원사업’은 내년 2월까지 지속할 예정이다.

예술인복지사업 역시 박차를 가한 한해였다. 이른바 최고은 사태로 촉발한 저소득 예술인을 위한 지원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소득이 불규칙한 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한 창작준비지원금사업은 지난 7월부터 1인당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며 총 2500여명이 혜택을 봤다.

이밖에 인천 송도에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건립 추진, 장애인문화예술센터 ‘이음’ 개관, ‘한국다움’을 담은 국가브랜드사업 본격 시동,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확대 등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뽑아만 놓으면 소란’ 산하기관장 인사논란

문체부 산하기관장 인사 논란은 대표적 악재다. 국립현대미술관장, 국립오페라단장, 문화예술위원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주요 기관에서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그치지 않았다. 오죽하면 ‘뽑아만 놓으면 소란’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까지 나올 정도. 가장 대표적인 게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오페라단의 수장의 긴 공백사태다.

한국미술의 맏형격인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둘러싼 논란은 혼돈 그 자체였다. 지난해 10월 정형민 전 관장의 직위해제 이후 1년 이상 계속된 수장 공백과정에서 관장 공모와 재공모를 놓고 낙하산 논란과 압력설 등 온갖 잡음이 일었다. 그러다 최근 현대미술에 대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폭넓게 보유한 스페인 출신의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를 임명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국립오페라단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김의준 단장이 사임한 뒤 올 초 한예진 단장을 임명했지만 함량미달 인사라는 성악계의 반발이 이어졌고 한 단장은 결국 2월에 중도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 7월 김학민 경희대 교수가 다시 임명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다만 냉랭한 분위기는 여전해 현장과의 소통확대가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아울러 ‘예술검열’ 문제도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정부에 비판적인 특정 작가와 작품을 사전 검열·심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연극계를 중심으로 공연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난 것이다. 국립국악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정 예술가의 작품을 공연에서 배제하면서 결국 해당 예술감독이 사퇴하고 주요 예술가들이 1인 시위를 벌이며 출연을 거부하는 등의 홍역을 겪었다.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문화연대·서울연극협회·한국작가회 공동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화예술인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정치적 검열 논란을 비판하며 문화예술행정의 독립성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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