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첫 경구용 PNH 치료제 등장 임박...삼성에피스 '에피스클리' 영향은?

김진호 기자I 2024.03.04 07:39:47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유럽의약품청(EMA)이 미국 알렉시온이 개발한 경구용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신약 후보 ‘보이데야’에 대해 허가 권고 의견을 제시했다. 스위스 노바티스가 미국에서 승인받은 경구용 PNH 치료제 ‘입타코판’에 이어 동종약물인 보이데야의 유럽 시장 진입이 임박한 셈이다. 주사제인 ‘솔리리스’가 주도해 온 PNH 시장을 접수하기 위해 경구제들이 시동을 걸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로 인해 국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유럽에서 출시한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의 실적에도 적잖은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 알렉시온이 주사제인 ‘솔리리스’에 이어 경구제 ‘보이데야’까지 발작성야간혈색뇨증(PNH) 치료 옵션을 확장하고 있다. 유럽 연합(EU)에서 솔리리스 바이오 시밀러 ‘에피스클리’를 내놓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제공=게티이미지, 각 사)
◇미·EU서 솔리리스 시장 노릴 약물은 무엇?

2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로 대표돼 온 보체인자 억제제 시장이 신약과 신규 제형 약물의 등장으로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알렉시온은 2007년 미국에서 PNH 적응증으로 보체인자5(C5) 억제 기전의 솔리리스를 승인받았다. PNH는 적혈구 파괴, 빈혈, 혈전 및 손상된 골수 기능 등으로 피가 섞인 소변이 배출되는 희귀질환이다. 이후 각국에서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HUS), 전신 중증 근무력증 시신경 척수염 등으로 솔리리스의 적응증이 확대됐다. 솔리리스는 2주 간격으로 투약하는 정맥주사제이며, 앞서 언급한 4종의 적응증에 승인된 최초의 치료제였다. 2022년 기준 전체 적응증에 대한 이 약물의 글로벌 매출은 약 5조원이다.

하지만 솔리리스의 유럽 내 물질 특허가 이미 만료됐다. 미국과 한국에서도 각각 2027년과 2025년에 해당 특허가 만료된다. 이 때문에 알렉시온은 2018~2020년 사이 미국과 EU를 포함한 각국에서 2달에 한 번 주사하는 방식의 후속작 울토미리스를 승인받아 세대교체를 시도한 바 있다. 실제로 솔리리스의 매출 성장성이 지난해 5% 내외이었던 것과 달리 울토미리스 매출은 30~50%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PNH 적응증 분야에서는 울토미리스가 솔리리스를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노바티스가 보체인자B(CFB) 억제 기전 경구용 PNH 신약 ‘입타코판’을 미국에서 PNH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이외에도 스위스 로슈가 개발한 C5 타깃 항체 신약 후보 ‘크로발리맙’이 미국에서 PNH 치료 적응증으로 허가 심사를 받는 중이다.

여기에 지난 23일(현지시간) EMA가 알렉시온이 개발한 경구용 PNH 치료 신약 후보 보이데야(성분명 다니코판)에 대한 허가 권고 의견을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허가 권고 후 1~2달 이내 최종 승인 결론이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에 해당 물질이 EU에서 출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참고로 알렉시온은 지난 2022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에게 인수합병됐다. AZ가 알렉시온이 개발한 솔리리스와 울토미리스, 보데이야 등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종합하면 솔리리스의 특허가 남은 미국에서는 연내 입타코판과 크로발리맙, 울토미리스 등 총 4종의 약물이 PNH 질환 분야에서 경쟁을 이어가게 된다. 반면 EU에서는 올해 솔리리스와 그 바이오시밀러 2종, 울토미리스, 보데이야 등으로 PNH 시장이 쪼개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솔리리스 자체 시장 나누는데 집중”

2022년 기준 솔리리스의 매출 비중은 미국 시장이 57%(21억8000만 달러)로 가장 크다. 해당 약물의 EU 시장은 8억500만 달러(한화 약 1조700억원)이며, 전체 매출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 내 솔리리스 물질 특허 기간이 2년 가량 남은 상황에서 바이오시밀러들은 결국 EU 시장에서 첫 대결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유럽에서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로 승인된 약물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에피스클리’와 미국 암젠의 ‘베켐브’ 등 2종 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따르면 베켐프와 달리 오리지널인 솔리리스나 에피스클리에는 솔비톨 성분이 포함되지 않았다. 솔비톨 성분은 과당 소화 불능 환자에서 문제가 되는 물질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베켐프는 과당 소화 가능 여부를 검사한 후 처방해야 한다. 결국 솔리리스나 에피스클리가 처방 과정에서 이점을 가진 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오리지널 대비 낮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에피스클리가 주사제 중에선 가장 경쟁력 있는 PNH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7월 독일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에피스클리를 출시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주사제 시장에서 경구용 제제의 등장하는 것이 위협적이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지만, 당장 영향을 논하기는 어렵다”며 “우선은 오리지널인 솔리리스가 가진 PNH시장을 최대한 가져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7월부터 유럽 연합(EU)내 각국에서 순차 출시 중인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성분명 에쿨리주맙).(제공=삼성바이오에피스)


한편 베켐브나 에피스클리, 보이데야 등 솔리리스의 대항마들은 아직 PNH 적응증만 획득한 상황이다. 솔리리스가 가진 나머지 3종의 적응증을 확대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솔리리스의 적응증은 모두 희귀질환이다. EU 내 국가별로 이 약물이 가진 여러 적응증에 대한 규제나 승인 절차가 상이하다”며 “적응증 확대 전략을 마련하는 중이지만 시간이 꽤 필요하다고 본다. 당분간은 PNH 분야에서만 에피스클리가 쓰일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에피스클리의 매출이 비교적 미미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솔리리스의 유럽 매출이 1조원이지만, PNH 적응증으로 한정하면 그 매출은 40% 내외일 것”이라며 “울토미리스의 확대에 경구용 약물의 등장까지 겹치면 솔리리스 시장이 위축되고, 그 시밀러가 가져갈 매출 역시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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