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삼정KPMG의 ESG비즈니스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정남 리드파트너(상무)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누구는 ESG가 주춤해졌다고 하는데, 삼정KPMG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ESG 이슈가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며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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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ESG 공시 국제표준 발표, 준비 시급”
앞서 삼정KPMG는 2008년에 국내 최초로 ESG 비즈니스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150여명의 ESG 전문가들이 현재 삼정KPMG ESG비즈니스그룹에서 활약 중이다. 삼성전자(005930), SK(034730)그룹, 네이버(035420), 롯데그룹, 하나금융그룹 등이 고객사다. 김정남 리드파트너는 2004년부터 약 19년간 ESG 전략 컨설팅을 해온 베테랑 컨설턴트다.
최근 들어 김 파트너가 ESG를 더욱 강조하는 것은 국제표준이 조만간 나오기 때문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오는 6월 말에 국제표준 ESG 공시기준 최종안을 발표한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국내 기업에 부여할 ESG 공시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ESG 의무공시 관련 별다른 대응 계획이 없다’는 기업이 36.7%(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달할 정도로, 준비는 부실한 상황이다.
관련해 김 파트너는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며 상장사들에 적극적인 대비를 제언했다. 그는 “‘한국형 ESG’라고 명명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사정을 고려해 너무 협소하고 약하게 ESG 공시기준을 만들면, 오히려 한국 기업들에 독(毒)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파트너는 “오히려 완화안보다는 유럽처럼 강화된 ESG공시기준을 검토해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SG 공시기준을 적용받는 상장사 상당수가 수출 기업이기 때문에, 해외의 강화된 ESG 규제 수준을 참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파트너는 “SK(034730), 네이버(035420)처럼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SK와 네이버는 지난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실시하는 글로벌 ESG 평가에서 최고 등급(AAA)을 받은 ‘ESG 우등생’이다.
두 기업의 ESG 컨설팅을 맡았던 김 파트너는 “이들 기업은 각종 리스크나 이슈 관련해 굉장히 빠른 의사결정, 투명한 공개, 경영진의 책임성 등에서 ESG 모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리스크를 감추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점 △경영진 차원의 높은 ESG 인식 수준 △옳고 바르다고 생각하는 방향의 기업 경영을 추진한 점 등이 ESG 우등생이 된 비결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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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규정 없어…규제 불확실성 해소해야”
이같은 모범 사례가 확산하려면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금융위 등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금융위는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ESG 금융 추진단’을 지난달 17일 구성해 ESG 공시·평가·투자 전반에 걸친 정책 과제를 검토 중이다. 2025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ESG 의무공시 규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관련해 김 파트너는 “2025년, 2030년에 각각 ESG 의무공시 규제를 적용한다는 내용 이외에 구체적인 규정은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이 준비하려고 해도 불명확한 내용이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규모별, 범위별, 연도별로 ESG 의무공시 로드맵을 제시했으면 한다”며 “기업이 느낄 규제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해소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 파트너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을 질문받자 “ESG는 일시적인 윤리적 투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중장기 가치, 수익성에 대한 투자”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에는 공시 외에도 생물 다양과 인류의 책임이라는 환경 이슈, SVB 파산 전후로 나타난 지배구조 및 리스크 관리도 ESG 이슈로 부상했다”며 “투자자들이 이같은 이슈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려면 ESG는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