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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위기는 이 전 지사가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급변했다. 각계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고발장 접수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법무부 장관 임명이 유력한 한동훈 장관 후보자는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권력형 비리 엄단 의지를 밝히고 대장동·성남FC 의혹에 대해서는 “기존 사건은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 놓기도 했다.
가장 주목받는 사건은 대장동 의혹이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민간 사업자들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초과 이익 발생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사건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대장동 사업에 대해 “4000억 원짜리 도둑질”이라고 말한 녹취록이 최근 법정에서 공개되면서 성남시 측과 사전에 범행을 공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아울러 이 전 지사의 ‘측근’, ‘오른팔’로 불리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범행에 가담하고 뇌물을 요구한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당시 대장동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전 지사가 이 같은 실태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해명이 설득력을 잃으면서 검찰의 소환 조사도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전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관내 기업들이 인·허가 등 민원을 해결해 준 대가로 성남FC에 후원금을 냈다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도 탄력을 받고 있다. 애초 경찰은 이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재수사에 나섰고 지난 2일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이번 압수수색 영장엔 이 전 지사가 피의자로 적시되면서 경찰이 어느 정도 혐의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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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검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이들 의혹 모두 1~2개월의 추가 수사만 거치면 사실관계가 충분히 밝혀지고 이 전 지사 소환 및 기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법인 자금 유용 의혹이 가장 먼저 밝혀지고 이어 대장동 의혹, 성남FC 의혹 순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이 전 지사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명시하고 있다. 최근 각종 의혹에 휩싸인 이 전 지사가 체포를 면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회 표결을 거쳐 국회의원도 체포할 수 있지만 문제는 민주당이 168석의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 전 지사에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촉구하기도 했다.
검찰 출신 박인환 변호사는 “대선에서 낙마한 정치인들은 통상 긴 휴식 기간을 가진 뒤 복귀하는데 왜 이렇게 조급하게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오려고 하는지 국민은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며 “의정 활동을 핑계로 자신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한없이 지연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