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증 확대의 대명사,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블록버스터 톺아보기]

김진호 기자I 2021.12.25 10:00:10

미국 제약사 머크의 3세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2020년 매출 약 17조원으로 전체 의약품중 매출 2위
16개 암종에서 30개 적응증으로 사용 범위 늘려
현재도 30여 개 적응증에 대해 1000여 개 임상 진행 중
제넥신, 대웅제약 등도 면역항암제 개발에 도전
셀트리온, 2028년경 면역항암제 바이오시밀러 출...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자신이나 가족의 질환 또는 투자 등 목적은 다를 수 있다. 제약바이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전 세계 블록버스터 약물을 2020년 기준 매출이 높은 순으로 소개한다. 약의 탄생과정부터 그 특징, 비슷한 계열의 경쟁 약물까지 두루 살펴본다.

두 번째 주인공은 2020년 기준 143억80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16조968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미국 제약사 머크(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MK-3475, 성분명 펨브롤리주맙)’다. 2014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흑색종 치료제로 승인받은 뒤 새로운 질환으로 적응증을 꾸준히 확대해 온 결과 현재 폐암, 위암, 신세포암 등 16개 암종에서 발생하는 30여 개 적응증에 두루 쓰이고 있다.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로 2020년 기준 매출액이 143억8000만달러(한화 약 17조원)으로 전체 의약품 중 2위에 올랐다.왼쪽은 키트루다의 성분인 펨브롤리주맙을 3차원으로 형상화한 모습이다. (제공=머크, Fvasconcellos)


머크의 키트루다는 2010년대 초반에 등장한 3세대 면역항암제 기술로 탄생한 약물 중 하나다. 2013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서 ‘올해의 연구’를 수상한 면역항암제 분야는 2018년 관련 연구자가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며 그 파급력을 보여줬다.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와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 MD앤더슨암센터 교수 등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차례로 인체 내 면역세포 중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막단백질인 ‘PD-1(1992년·혼조 교수)’과 ‘CTLA-4(1996년 앨리슨 교수)’를 발견했고, 두 단백질과 암세포와의 상호작용까지 설명했다. 이 막단백질들을 타깃하는 항체를 만들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높은 확률로 공격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면역에 관계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기 때문에 이 기전을 바탕으로 생산된 약물에는 면역항암제 또는 면역관문억제제라는 별칭이 붙었다.

혼조 교수와 앨리슨 교수의 발견으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10년대부터 면역항암제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다.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일본 오노약품공업이 공동 개발한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가 2011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초로 승인받았다. 이어 2014년 BMS의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머크의 키트루다가 연달아 승인됐다. 이듬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처럼 이전 치료제로 효과가 없던 환자가 면역항암제를 통해 완치 판정을 받으면서 유명세를 탔다.

여러 면역항암제 중 키트루다가 매출 선두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적응증을 꾸준히 확대한 결과로 평가된다. 키트루다의 판매를 개시한 2015년 매출액은 400만 달러 수준이었다. 이후 폐암, 두경부암, 호지킨림프종, 위암, 신장암 등 모두 16개 암종에서 관찰되는 30여 개 적응증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했다. 2020년 기준 키트루다의 매출액은 같은 시기에 출시된 옵디보(79억2000만 달러)보다 80% 가량 많다.

키트루다는 국내에서도 2015년 흑색종 2차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첫 허가를 받은 뒤 신세포암, 방광암 등 11개 암종으로 적응증을 늘렸다. 머크는 키트루다의 적응증을 더 확대하기 위해 지금도 30개 이상의 암종에 대해 1000건 이상의 임상을 전 세계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암세포의 면역 회피 기작은 여러 암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항암제가 적응증 확대하기 유리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2025년경 키트루다의 매출액은 225억 달러로, 전체 의약품 중 1위 자리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도 이같은 면역항암제 개발에 도전하는 중이다. 식약처가 지난달 제넥신(095700)이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 치료용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인 ‘인터류킨-7(개발명 GX-I7)’을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과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

대웅제약(069620)도 지난 23일 바이오벤처인 넥스아이와 면역항암제 후모물질 ‘NXI-101’ 등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셀트리온(068270)은 키트루다와 옵티보의 특허가 만료되는 2028년경 상용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면역항암제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다.

한편 3세대 면역항암제 등장 이전인 1960~70년대에는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가, 2000년대 초반에는 2세대 분자표적항암제가 주로 개발됐다. 먼저 전통적인 방식의 세포독성항암제는 빠르게 증식하는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약물이었다. 하지만 혈구세포나 생식세포처럼 빠르게 분열하는 특징을 가진 일부 정상세포까지 공격한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일시적인 골수 기능 저하에 따른 백혈구 감소증이다. 또 2세대 분자표적항암제는 암세포의 성장이나 증식에 관여하는 특정 단백질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약물이었다. 3세대 면역항암제도 면역 관련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는 분자표적항암제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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