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신 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자본 규제 강화로 성장 정체에 빠진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보험사로 성장하기 위해 해외사업 효율화와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삼성화재는 그 일환으로 영국 보험사 캐노피우스(Canopius)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포투나톱코 유한회사에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로이즈 시장에 발을 들였다. 영국 런던의 로이즈는 전통적인 재물·해상 보험에선 담보하지 않는 고도의 위험을 인수하는 글로벌 보험 시장이다. 테러·납치·예술품·전쟁·신체·공연 등과 관련한 배상 보험이 주된 대상이다. 로이즈는 330여 년 동안 축적된 통계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특화 보험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삼성화재는 전략적 투자를 통한 캐노피우스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사회에 참여하는 자격도 얻었다. 글로벌 보험사는 이사회에서 세부적인 경영 사항을 논의하기 때문에 이번 투자는 삼성화재가 글로벌 보험 시장 중심부에서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사진)은 “글로벌 보험사에서의 실질적 경영참여를 통해 선진 회사들이 갖고 있는 역량을 이른 시간 내에 접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 추진을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삼성화재의 이번 로이즈 진출에 대해 삼성화재가 해외사업에서도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무리한 투자보다는 수익구조 개선에 맞춰 해외사업 효율화와 경쟁력 강화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브라질법인을 청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다. 브라질법인은 브라질과 중남미 보험시장 정보 조사와 보험 관련 컨설팅 서비스, 본사 재보험 업무 지원 목적으로 설립했으나 거점 효율화를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
삼성화재의 해외사업 실적도 개선세가 뚜렷하다. 삼성화재 해외법인의 지난해 전체 순익은 295억3700만원으로 전년(57억800만원)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이같은 실적 성장은 삼성화재의 다양한 글로벌 전략에서 비롯된다.
삼성화재는 지난 2014년 말 ‘해외사업실’을 신설해 책임 경영과 현지시장 특성에 적합한 영업관리체계를 구축했다. 해외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전문 인력 양성과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전 세계 한국계 시장의 글로벌 영업을 지원하는 전담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또 해외 거점 운영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글로벌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시장에서의 안착과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위원회와 해외투자 프로세스를 갖췄다.
최 사장은 “올해는 국내 보험산업의 양적·질적 기반 약화가 예상된다”며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경영환경에서 새로운 비상을 위해 ‘담대한 도전, 과감한 실행, 새로운 미래’를 경영 모토로 올해를 삼성화재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해외사업 강화도 이를 위한 계획 중 하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