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범(55·사진) 메가젠임플란트 대표는 “치과의사로서의 경력은 30년이 넘었지만 기업가로서의 경력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를 창업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사업가’라는 표현보다는 ‘치과의사’로 불리는 것이 편하게 느껴진다고 귀띔했다.
직접 국산 임플란트를 만들기로 마음먹게 된 결정적 계기는 비싼 가격을 주고도 만족스러운 시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벌어지면서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의 가격이 대폭 상승해 치과용 임플란트 역시 수입가격이 크게 올라갔다”며 “의사들이야 부품을 사서 시술하면 되지만 높은 치료비로 부담을 안을 환자를 생각하니 국산 임플란트의 보급이 절실하단 생각에 직접 기술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회상했다.
환자들에게 보다 좋은 임플란트를 시술하겠다는 일념으로 2002년 창업한 메가젠임플란트는 15년만에 매출 500억원이 넘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30년이 넘도록 치아 건강에만 집중했던 그의 경륜은 한국인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환자에게도 꼭 맞는 제품을 탄생시켰다. 매출의 63%를 수출에서 올릴 정도로 메가젠임플란트는 명실공히 글로벌 임플란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
메가젠임플란트가 지속적인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결국 연구개발(R&D)의 힘이 제일 컸다. 박 대표는 “끊임없는 기술개발 없이는 회사의 성장도 없다”며 “임상적인 부분과 환자와의 관계 등을 끊임 없이 고려해 다른 경쟁사들은 따라올 수 없는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가 선보인 제품에는 언제나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창업 이후 선보인 첫 제품은 세계 최초의 ‘와이드 임플란트’ 제품이었다. 치아가 빠진 자리에 그대로 심을 수 있도록 한 첫 제품이었다. 박 대표는 “2년간의 개발을 통해 처음으로 와이드 임플란트를 개발했지만 3년도 지나지 않아 복제품들이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다”며 “기업경영 경험이 일천하다보니 특허분야에 취약
공들여 개발한 기술을 경쟁사들에게 속절없이 뺏기면서도 그는 기술 개발의 끈을 놓지 않았다. 외려 기존 제품의 불필요한 점들은 모두 빼고 장점만을 살린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매진했다. 박 대표는 “2008년말경 연구진들과 함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며 “제품 개발 이후 2012년 무렵부터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제품을 개발해 세계 1위 임플란트 회사인 스트라우만(Strauman)으로부터 2014년 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세계 각국으로도 본격적으로 판매처를 넓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스템임플란트(048260) 등 국내 임플란트 시장의 선발 주자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던 것도 제품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는 “보통 국내업체들의 대부분은 최초 수출 전략으로 동남아, 중국, 러시아, 동유럽 등 저개발 국가를 공략하지만 메가젠임플란트는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미국 등 임플란트 주요국을 공략했다”며 “불신으로 초기 침투는 어려웠지만 제품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임상의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선진시장을 우선 공략한 결과 국내 시장 점유율은 4위지만 유럽 시장에서는 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의미있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국내 임플란트 업체 중 유럽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해외는 국내와 다르게 임플란트 시술 기술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임플란트를 더욱 신중하게 선택한다”며 “질기고 딱딱한 음식에도 견디는 메가젠임플란트의 제품이 해외에서도 큰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플란트를 넘어 치과 의료기술 선도할 것
그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치과의사로서 활동을 계속하는 것도 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가 회사를 창업하던 2002년 10명 이상의 치과의사들이 공동원장으로 출자한 치과 네트워크인 미르치과병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입장에서 먼저 제품을 써보고 단점을 고치는 등 빠른 피드백이 가능한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치의(齒醫)와 환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임플란트를 제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고객 한 분, 환자 한 분이라도 저희 임플란트를 사용해 삶의 행복과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가장 큰 기쁨이다”라고 강조했다.
임플란트 제조량을 4배로 늘릴 수 있는 제조공장을 신축하면서도 환자와 치의의 건강을 위한 제품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박 대표는 “향후 10년간 치과 의료기술을 선도해 나가기 위한 미래 프로젝트로 치과에서 디지털융복합 기술을 이용해 더 빠르고 간편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하는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며 “단순히 고정체의 잘 심는 것 뿐만이 아니라 치아 교정, 양악까지 다양한 치의학 분야에서 이상적인 임상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메가젠임플란트가 단지 의학적 목적을 위해 삽입되는 인공 물질을 만드는 곳이 아닌 건강을 만드는 곳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가치는 성장이 아닌 의미에 있다’는 말과 같이 메가젠임플란트가 1등 기업이 아닌 의미있는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1961년 대구 출생. 경북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후 1991년부터 3년간 경북대 병원치주과 임상조교로 활동했다. 1993년부터 개인 치과의원을 열어 치과의사의 삶을 살다 2002년 메가젠임플란트를 창업했다. 직원 7명으로 시작했던 이 회사는 설립 15년만에 연 매출 500억원 이상의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직원 수는 220명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지속성장과 글로벌 진출의 공로를 인정받아 벤처기업협회로부터 우수 벤처기업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