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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남북' 아닌 '남녀' 통일 그린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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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기자I 2016.05.12 06:15:00

- 심사위원 리뷰
프랑코포니 연극 '두 코리아의 통일'
분단현실 메타포로 인간관계 표현
17개 에피소드 옴니버스 식 구성
관록의 연기 탁월…제목은 아쉬워

연극 ‘두 코리아의 통일’ 한 장면(사진=극단 프랑코포니).


[이은경 연극평론가] 프랑스 동시대작가의 작품을 소개해 온 극단 프랑코포니의 10번째 공연 ‘두 코리아의 통일’(3월 16일~4월 3일 대학로 눈빛극장, 조엘 폼므라 작·카티 라팽 연출)은 우리의 분단현실을 메타포로 현대의 인간관계와 사랑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짧게는 1분 안팎, 길게는 10분 내외의 17개 에피소드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했다. 종교·전쟁·결혼과 이혼·동성애·죽음·자본·매매춘 등 대립적 가치판단이 공존하는 소재를 유머와 아이러니를 통해 풍자한다. 등장인물의 입장과 상황만을 제시하기 때문에 관객은 공연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작품을 재구성하면서 관계와 사랑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작가의 의도가 유일하게, 또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제목이 환기한 마지막 장면이다.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입원한 아내와 매일 그녀를 찾아가서 돌보는 남편의 일상을 그린 에피소드 ‘기억’에서다. 남편은 “우리가 만났을 때 완벽했어. 우린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두 개의 반쪽 같았어. 멋졌지. 마치 북한과 남한이 국경을 열고 서로 통일하는 것 같았어”라고 말한다. 간병에 지쳤지만 남편이 아내를 매일 찾아가는 이유는 원래 하나였던 반쪽을 온전히 만났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결국 왜곡된 인간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대 후면 전체에 같은 크기의 하얀색 문을 여러 개 배치하고, 인물의 등장과 퇴장이 이 문들을 통해 이뤄져 단조로울 수 있는 무대에 변화를 준다. 조명을 활용해 문 뒤 인물의 움직임을 그림자극처럼 연출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제공한다. 다양한 공간을 몇개의 의자와 탁자의 위치변화로 연출한다. 무대를 매우 효율적으로 구성해 극 전개에 속도감을 줬기에 많은 암전에도 관극이 불편하지 않았다.

17개 에피소드를 6명의 배우(박현미·전중용·정나진·성여진·김시영·박경구)가 1인다역으로 연기했는데, 관록의 배우들답게 연기앙상블이 뛰어났다. 연령을 넘나들며 다양한 인물과 상황을 연기하지만 과장이나 어색함 없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신부와 창녀의 이별상황을 그린 ‘돈’, 창녀와 백수의 매매춘 흥정을 그린 ‘가치Ⅰ·Ⅱ’ 등 자본에 의해 왜곡된 관계를 담은 불편한 에피소드조차 배우들의 정제된 연기, 작가의 재기발랄함, 연출의 섬세함 덕분에 유쾌하게 전달된다.

검열 등 부조리가 강화되는 현실을 직시하려는 의도 때문인지 요즘 우리 연극은 점점 직설적이고 과격해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한 걸음 물러나서 현실의 폐부를 드러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관객에게 강요하고 가르치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두 코리아의 통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곡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성을 제시하면서도 강요하지 않는다. 결론은 오롯이 관객 몫으로 남겨둔다.

아쉬운 점은 제목이다. 제목에 반응했던 관객이라면 두 시간여 동안 제목과 내용의 연관성을 찾으려고 지쳤을 것이다. 부제라도 붙였다면 훨씬 흥미롭게 공연을 봤을 거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연극 ‘두 코리아의 통일’ 한 장면(사진=극단 프랑코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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