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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햅쌀을 가축 사료로 쓰는 나라, 쌀 정책 전면 재고해야

논설 위원I 2024.09.19 05:00:00
정부가 햅쌀 10만t을 가축용 사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최근 열린 당정회의에서 쌀값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생산되는 쌀 10만t 이상을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격리의 내용이 사료용 처분이라고 한다. 농민들이 피땀 흘려 재배한 쌀을 가축에게 먹이는 것은 상식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세금 낭비를 유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햅쌀을 비싼 값에 사들여 10분 1 정도의 헐값에 사료로 되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먹어야 할 햅쌀을 가축에게 먹이는 현실은 쌀 정책의 불합리와 모순을 잘 보여준다. 한국인의 쌀 소비량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1988년 122.2㎏에서 지난해 56.4㎏으로 35년 동안 53.8%가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각각 42%와 38%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수요 대비 연평균 20만t의 쌀이 초과 생산돼 만성적 공급과잉 상태를 빚고 있으며 거의 매년 수확기에 산지 쌀값이 폭락하는 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높은 온도와 풍부한 강수량이 확보되고 태풍도 비껴가 풍년이 예상되면서 산지 쌀값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쌀값 폭락에 항의하는 농민단체의 시위도 빈발하고 있다.

쌀을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2016~2018년까지 3년간 101만t을 사료용으로 공급했는데 이는 우리 국민이 4개월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당 2100원 선에 사들여 3~5년 창고에 보관한 뒤 매입가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당 200원 선에 되팔았다. 이런 식으로 남아도는 쌀을 ‘땡처리’ 하느라 2조원에 가까운 세금이 날아갔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7만t을 사료용으로 처분했다.

이런 불합리와 모순은 쌀 산업의 만성적 과잉생산 구조에서 비롯된 일이다. 과잉생산을 적정생산 구조로 바꾸려면 강력한 감산 정책이 필요하다. 농림부는 감산을 유도하기 위해 ‘재배면적 신고제’와 ‘지역별 감축면적 할당’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농지전용 규제를 완화해 농지의 산업적 활용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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