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시 당국도 우버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다만 관점은 우리나라와 달랐다.
한국은 기존 교통법 규제를 우버 등 승차공유(라이드셰어링)에 대한 위법성 판단 근거로 삼았다. 반면 런던시가 본 우버의 문제점 기준은 시민들의 안전에 있었다. 런던시는 우버가 우버 운전자들의 과로 운행을 방관하고 있다고 봤다.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런던시는 지난 9월 우버에 대한 운행 면허 갱신을 거부했다. 시민들의 안전에 우버가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를 막겠다는 메시지다.
◇요금 비싼 블랙캡 ‘우버 안전치 못해’
“그들의 차는 더럽다. 안전하지 못하다.”
무뚝뚝하던 블랙캡(런던 택시) 운전사가 우버 얘기를 꺼내자 발끈했다. 런던 신시가지 격인 ‘카나리워프(Canary Wharf)’에서 런던 템즈강(江) 밀레니엄교를 지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런던 내 현대미술관)’으로 가던 길이었다. 아무나 기사가 돼 손님을 싣고 다닌다는 점에 기사는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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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캡이 테이트 모던 앞에 도착했다. 요금은 20.5파운드(약 3만1000원)이 나왔다. 팁까지 포함하면 23파운드(약 3만7000원)이었다. 운행한 거리는 약 7.2km였다. 같은 거리 서울 택시 요금의 3배다.
문제는 택시비 결제 때 발생했다. 뒷좌석 카드 계산기에 손님이 직접 카드를 끼어 넣고 결제를 해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이었다. 한국에는 없는 택비시 ‘팁’을 입력하는 데 서툴러 결제 오류가 3번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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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앱을 켜자 주변 대기중인 우버 운전자들의 아이콘이 떴다. 행선지를 입력하고 근처 우버 차량을 호출했다. 도요타 프리우스가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차량 번호와 운전자 얼굴이 앱으로 보였다.
5분뒤 우버 차량이 도착했다. 인도계 이민자가 운전사였다. 한국에서는 우버와 같은 서비스가 ‘불법’으로 규정됐다고 하자 “여기에서는 불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자신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승객들의 편익을 높여주고 있다면서 택시 업계의 불만에 대해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약 5.3km를 달려 목적지인 빅토리아역에 도착했다. 차량이 멈추자 앱에 요금 9.92파운드가 찍혔다. 하차 뒤 프리우스의 문을 닫자 우버에 등록된 신용카드에서 결재금액이 빠져나갔다는 문자가 스마트폰에 수신됐다.
이어 운전자에 대한 리뷰를 부탁한다는 메시지가 우버 앱에서 보였다. 우버 운전사 ‘임란(Imran)’의 평점은 5점 만점에 4.82점이었다. 약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6737회의 운행을 한 것으로 나왔다. 하루에 20번 가까운 운행이다. “쉬지 않고 바쁘게 다닌다”라는 운전사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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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우스에서 내리자 형광색 노란 조끼를 입은 교통경찰이 나왔다. 이들은 곧장 임란의 프리우스를 멈춰 세웠다. 임란과 대화하며 상태를 살폈다. 기자가 무슨 일인지 묻자 교통경찰은 “운전자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는 것일뿐 큰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다른 우버 차량을 멈춰 세우고 운전사의 상태를 살폈다.
사실 런던 교통국은 지난 9월 우버의 런던 시내 영업 행위가 적합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더이상의 운행 면허를 갱신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런던 시내에만 우버 운전사가 4만명, 이용자가 35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조치였다.
런던 교통국은 우버가 수익성에 눈이 멀어 운전사들의 무리한 운행을 방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운전자들의 피로가 누적돼 이용자들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다만 런던시내 우버 운행은 2월 현재 ‘용인’되고 있다. 지난 12월 런던 내 웨스트민스터 치안판사 재판소는 우버의 항의를 일부 받아들였기 때문. 우버가 시민 안전을 보장할 실질 개선책을 내놓는지 보겠다는 의미다.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안된다면 런던시는 올해 상반기 안에 다시 우버의 운행을 막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