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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12개 구치소, 40개 교도소(민영 포함), 지소 3개 기관 등 총 55개의 교정기관이 있다. 이 중 수원구치소에는 2380여명이 수용돼 있다. 애초 1650명으로 설계됐으나 수용자가 꾸준히 늘며 현재 포화상태다. 그만큼 업무가 힘든데, 이 곳에서 박 교감은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교정 공무원들이 가장 힘들다고 공통적으로 입을 모으는 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수용자를 상대하는 일이다. 실제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자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자는 지난 2014년 2560명에서 2023년 6094명으로 약 2.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 교감도 정신질환 수용자가 자신에게 변을 투척했던 일을 가장 어려웠던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분노가 치밀지만 그때도 감정조절을 해야 하는 것의 저희의 숙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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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박 교감은 범죄자에 대한 국민의 엄벌주의 목소리에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교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례로 그는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영화치료를 수행한 적이 있다. 성범죄를 저지른 수감자들에게 조두순의 범죄를 영화화한 ‘소원’을 틀어줬는데, 거울치료가 됐는지 이 영화를 본 이들이 울면서 자발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편지를 쓰는 등 진심으로 반성한 적이 있다고 한다.
박 교감은 “교정기관은 범죄자를 가두어 관리하고 때가 되면 내보내는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사회에 복귀하기 때문에 실효적인 교정·교화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은 수형자의 안정적인 사회복귀를 통한 재범방지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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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 교화에 방점이 찍혀 있는 만큼 박 교감은 교정 공무원에게 가장 요구되는 능력으로 감정조절을 꼽았다. 박 교감은 “수용자들을 공감해주면 지금까지 살면서 자기를 인정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경험이 없기 때문에 감동하게 되고 자연스레 내 편이 생겨 수용동을 장악해 나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기부여를 위해 교정 공무원 5급 이상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현재 법무부 교정직의 5급 이상 비율은 3.1%로 국가공무원 일반직이 17.3%인 것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이다. 같은 법무부 내에서도 보호직(12.1%), 출입국관리직(6.9%)과 비교하면 교정 공무원의 5급 승진은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다. 박 교감은 “사람의 영혼을 치료하고 내가 아닌 누군가의 길을 비춰주는 등대와 같은 고귀한 역할을 하는 공무원이 교도관”이라면서도 “압정구조의 직급체계를 개선해 많은 직원들에게 직급 상향을 통한 승진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