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인근의 노포집인 ‘부자촌’. 소주나 막걸리 한잔을 안주와 1000원에 판매하는 이곳의 사장 문정술(70) 씨는 “최근 소주를 1~2잔만 먹고 가는 젊은이들이 늘었다”며 “많이 팔리는 날에는 하루에 120잔도 팔린다”고 했다. 이곳은 노년층이 많은 지역이지만 최근 ‘힙지로’(힙한 을지로) 인근 지역으로 각광받으면서 젊은 층의 방문도 늘고 있다. 노포가 주는 ‘감성’과 함께 술과 음식이 저렴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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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흔했던 잔술 판매점은 현재 부자촌 등 상징적인 곳들 소수만이 남았지만 최근 고물가와 맞춤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다시금 확대될 전망이다. 식당·주점 등에서 잔술 판매를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다.
정부가 법까지 뜯어고치며 잔술 판매를 허용하고 나선 건 최근 극심한 고물가와 1인 가구 증가로 농·축·수산물 등 소분(小分)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소분 소비란 하나의 묶음이나 한 개의 상품을 작게 나누거나 낱개로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자신의 습관에 맞춰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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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분소비 확대는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올해 1~4월 컵에 담아 판매하는 조각과일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5.3% 늘어났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서는 지난 2022년 9월 1~2인 가구를 겨냥해 선보인 ‘반병 레드 와인’이 현재까지 와인 카테고리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360㎖로 1~2인 가구에서 가볍게 즐기기 좋은 용량으로 선보여 인기를 끌다가 최근 고물가 상황에 3000원이라는 가격까지 함께 주목을 받으며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판매량 110만병을 돌파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고령화가 극심해 지면서 상대적으로 물가 부담과 보관 부담이 없는 소분 트렌드는 앞으로 대세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대 상황에 맞는 정부의 정책과 기업들의 판매 전략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